KT·SKT 대대적 조직개편...LG유플, 황현식 연임으로 '안정화' 선택
이통 3사, 국내 통신업 시장 과포화에 AI 등 신사업 확장 일변도

 SKT 유영상 사장, 이동관 전 방통통신위원장, KT 김영섭 사장, LGU+ 황현식 사장 [사진= 방송통신위원회 제공]
왼쪽부터 유영상 SKT 사장, 이동관 전 방통통신위원장, 김영섭 KT 사장, 황현식 LG유플러스 사장. [사진= 방송통신위원회 제공]

[뉴스캔=박진용 기자]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 등 통신 3사가 연말을 맞아 대대적 조직개편에 나섰다.

이번 연말 통신업계의 조직개편은 주력 사업인 통신부문을 넘어 인공지능(AI) 신사업 도약에 방점을 둔 새 임원진 영입이 키워드라고 할 수 있다. 이미 시장 포화에 이른 기존 통신업에만 주력하기 보다 신 개척 영역인 AI 부문에 힘을 주며 성장동력을 마련하기 위함으로 풀이된다.

이들 3사는 올 연말 조직개편을 기해 외부 인사를 적극 영입하는 등 전문가 발탁에 각별한 공을 들였다. KT의 경우 임원진 규모를 20% 이상 대폭 축소한 한편, 외부 전문가를 들여 사업 전문성을 키우려는 모습이다. 그간 'AI 컴퍼니'를 강조해 왔던 SKT도 AI 중심의 인사 개편이 이뤄질 것으로 관측된다.


◆ KT, 임원 20% 줄여…'AI 실무자' 대거 영입


김영섭 KT 대표이사 [사진=KT 제공]
김영섭 KT 대표이사. [사진=KT 제공]

김영섭 KT 대표가 지난달 30일 취임 3개월 만에 대대적인 정기인사 단행에 나섰다. 이는 지난 2021년 11월 이후 2년 만으로, 특히 상무보 이상 임원진 풀을 20%가량 줄였다는 점에서 괄목할 만 하다.

김 대표는 부문장급 임원을 대거 교체하는 것은 물론 구현모 전 KT 대표의 핵심 사업 전략으로 평가받아 온 트랜스포메이션 부분이 해체했다. 또 기존 스탭 조직들을 최고경영자(CEO) 직속으로 배치했다. KT 정기인사의 최대 특징은 고위 임원진을 대폭 감축한 것이다. 그간 KT 그룹사의 상위 보직들이 대부분 임기 만료에 따른 수동적 교체가 이뤄졌다면, 이번 인사는 다르다.

김영섭호 KT는 이러한 기존 인사 관행을 과감하게 바꾸고, 철저히 전문성과 역량에 근거한 인사 배치에 주력한 흔적이 보인다. 실제로 이번 정기인사를 통해 상무 이상급 임원은 기존 98명에서 80명으로, 상무보는 기존 312명에서 264명으로 대폭 줄었다. 또한 KT는 기존 IT 사업부와 연구개발(R&D) 기관인 융합기술원을 통합시킨 '기술혁신부문'을 신설, AI 부문을 강화해 기업 간 거래(B2B) 시장 진출을 가속화한다는 방침이다.

이를 위해 외부 전문가들도 대거 영입했다. 기술혁신부문장으로 마이크로소프트 등 글로벌 IT 대기업에서 커리어를 쌓아 온 오승필 부사장을 선임했고, 기술혁신부문 산하 KT컨설팅그룹장에는 클라우드 전문가인 정우진 전무를 전격 발탁했다.

나아가 임기 만료를 앞둔 KT그룹 계열사 임원진에 대한 대대적 인사 교체도 이뤄질 전망이다. 현재 KT스카이라이프, KT알파, 지니뮤직, 나스미디어, KT is, KT cs, 나스미디어, 플레이디, 이니텍 등의 임원진 교체가 유력하다는 관측이다.

특히 케이뱅크, 비씨카드 임원진의 경우 올 연말 임기 만료를 앞두고 있어 인사개편 0순위로 지목된다. KT스카이라이프와 KT알파 대표 역시 1년 임기로 선임된 상황이라 교체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분석이다.


◆ SKT, 非통신 부문 인사개편에 방점


유영상 SK텔레콤 대표. [사진=SK텔레콤 제공]
유영상 SK텔레콤 대표. [사진=SK텔레콤 제공]

연말 조직개편을 앞둔 SK텔레콤(SKT)도 주력 사업인 통신부문을 제외한 신사업군에서 대대적 인사를 단행할 것으로 보인다. 통신업의 성장 한계성을 절감, AI 등 신사업으로 체질 변화를 시도하기 위함이다.

SKT는 그 동안 '글로벌 AI 컴퍼니'로의 도약 중요성을 강조해 왔다. 이를 위해 IT와 AI가 접목된 신(新)시장 개척 프로젝트도 내부적으로 진행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지난 2021년 '유영상 체제' 등판과 함께 유·무선 통신에 기반한 AI 서비스 기업으로 진화한다는 내용을 골자로 한 'SKT 2.0' 비전이 공개됐다. 또 지난 9월에는 모바일·IPTV(인터넷TV) 등 기존 주력 사업에 인공지능을 접목하는 'AI 피라미드' 전략을 공식화, 이를 토대로 오는 2028년까지 매출 25조원을 달성하겠다는 포부도 내비친 바 있다.

이런 가운데 유영상 SKT 대표의 연임 여부에 귀추가 주목된다. 관련업계에선 유 대표의 연임을 유력하게 보고 있다. 지난 2021년 말 취임한 유 대표는 내년 3월 임기가 만료되지만, SKT의 올해 실적이 양호했고 AI 등 신사업 확장을 주도했다는 점에서 경영 지속성을 이어가야 한다는 내부 평이 적잖은 것으로 알려졌다. 

SKT의 지난 3분기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7.0% 오른 4980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경쟁사인 KT와 LG유플러스가 전년 대비 각각 28.9%, 10.8% 감소하며 부침을 겪은 것과 비교되면서 유 대표의 역량도 재평가되고 있다는 게 SKT 측 설명이다.


◆ LG유플러스, 인사 교체폭 적었지만 AI 신사업 성장 주력


황현식 LG유플러스 대표. [사진=LG유플러스]
황현식 LG유플러스 대표. [사진=LG유플러스]

LG유플러스는 황현식 대표 연임으로 AI 신사업 동력을 재차 확보하게 됐다는 평가다. 특히 이번 조직개편 시즌에 내부 '혁신'보다는 '안정'을 택했다는 점에서 KT나 SKT와는 차별점을 가져가는 모습이다.

LG유플러스는 올 연말 타 통신사와 비교해 적은 인사 교체폭을 가져갔다. 황 대표 연임을 비롯해 7명의 상무급 신규 발탁, 1명의 전무 승진으로 갈무리했다. 상무보 이상 임원진 20%를 대폭 물갈이한 KT와 비교되는 대목이다.

황 대표의 이번 연임은 '이유 있는 재신임'이라는 평가가 대체적이다. 황 대표는 LG유플러스 내부 출신인 '정통파'로, 대표 취임 후 영업이익 1조 클럽 진입 및 통신사 2위 격상 등 사업실적에서 괄목할 만한 성과를 냈다. 이렇다 보니 내부에서도 황현식 체제에 대한 신임이 두터웠던 것으로 전해진다. 당초 황 대표의 임기가 만료를 앞뒀을 당시에도 3년 재연임을 관측하는 시각이 압도적이었다.  

황 대표의 이번 연임으로 LG유플러스는 AI 신사업 동력도 이어가게 됐다. 이와 함께 AI·데이터사이언스그룹장을 맡았던 전병기 상무를 전무로 승진시켰다는 점에서 AI 사업을 키우겠다는 의지가 엿보인다.

앞서 황 대표는 '유플러스 3.0' 비전을 내놓으며 오는 2027년까지 비통신 매출 비중을 40%로 끌어올리겠다는 포부를 밝힌 바 있다. LG유플러스는 그간 비통신 부문인 스포츠 커뮤니티 플랫폼 '스포키', 화물 중개 플랫폼 '화물잇고' 등 부대사업에도 가속 페달을 밟아 왔다. 특히 스포키의 경우 누적 이용자 1500만명을 돌파하는 등 비통신 부문을 견인하고 있다.

LG유플러스에 따르면 이번 임원인사는 기존 경영체제를 최대한 유지하면서도 미래 신사업에 더욱 힘을 주는 데 방점을 뒀다는 설명이다. 국내 통신업 시장이 포화 상태에 이르러 성장성이 없는 만큼, 글로벌 AI 접목형 시장 진출로 외연을 넓혀야 한다는 내부 인식이 주효했던 것으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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