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 경제 6개 단체 회장단 공식 기자회견서 대통령 거부권 행사 촉구

 노란봉투법을 둘러싸고 재계와 노동계, 정부·여당과 야당간 갈등의 골이 깊어지고 있다. [일러스트=뉴스캔 이하나 기자] 
 노란봉투법을 둘러싸고 재계와 노동계, 정부·여당과 야당간 갈등의 골이 깊어지고 있다. [일러스트=뉴스캔 이하나 기자] 

[뉴스캔=박진용 기자] 이른바 '노란봉투법'으로 불리는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2·3조 개정안이 지난 9일 국회 본회의 문턱을 넘자, 기업계가 총력 저지에 나섰다.

한노총·민노총 등 양대노조가 지난 주말 도심 시위로 노란봉투법 즉각 시행을 촉구하고 나선 가운데, 기업계는 정당한 산업활동을 저해하는 악법이라며 최후 보루인 대통령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에 기대를 거는 모습이다.

14일 정치권과 기업계 등에 따르면 경영계는 노란봉투법의 경우 대기업이 매년 수천여 개에 달하는 하청사 노조들과 교섭을 하라는 악법이라며 노동계가 주장하는 노란봉투법의 경우 사회적 합의와 충분한 논의가 선행돼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반면 노동계는 기업들이 정당한 노동쟁의에 대해 과도한 소송으로 노동자들을 압박하는 등 현행법을 악용하고 있다며 노란봉투법 시행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이렇다 보니 양측은 쟁점 법안을 놓고 접점 없는 논쟁을 이어가는 모양새다. 재계는 노란봉투법이 처리되자 즉각 용산 대통령실과 여당에 재의요구권 행사를 촉구하는 등 단체행동에 나섰다.

정치권에 따르면 당정은 재계의 문제의식에 공감대를 이루고 있는 만큼, 윤 대통령의 해외순방 일정 등을 감안하면 이달 20~21일 또는 국무회의가 개최되는 28일께 노란봉투법에 대한 거부권이 행사될 것으로 보인다. 이 경우 노란봉투법이 대통령 고유권한으로 반려되고, 기업계와 노동계의 갈등은 극단 양상으로 치달을 전망이다.


◆ 재계 "산업생태계 붕괴 악법, 대통령 거부권 유일 대안"


손경식(발언자) 한국경영자총협회장을 비롯한 경제 6단체 회원들이 13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노동조합법 개악 규탄 및 거부권 행사 건의 공동성명에서 취지발언을 하고 있다. 좌측부터 우태희 대한상공회의소 부회장, 최진식 한국중견기업연합회장,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장, 김기문 중소기업중앙회장, 김창범 한국경제인연합회 상근부회장, 김고현 한국무역협회 전무. [사진=한국경영자총협회 제공]
손경식(발언자) 한국경영자총협회장을 비롯한 경제 6단체 회원들이 13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노동조합법 개악 규탄 및 거부권 행사 건의 공동성명에서 취지발언을 하고 있다. 좌측부터 우태희 대한상공회의소 부회장, 최진식 한국중견기업연합회장,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장, 김기문 중소기업중앙회장, 김창범 한국경제인연합회 상근부회장, 김고현 한국무역협회 전무. [사진=한국경영자총협회 제공]

재계가 노란봉투법 시행 총력 저지에 나섰다. 노란봉투법이 시행될 경우 노조 노동쟁의에 대한 방어권이 사실상 무력화되는 만큼, 더 이상 물러설 수 없다는 게 그들의 입장이다. 아울러 사용자 범위 확대도 매우 민감한 사안이다.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와 대한상공회의소·한국무역협회·한국경제인협회·중소기업중앙회·한국중견기업연합회 등 경제 6단체장들은 13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노동조합법 개악 규탄 및 거부권 행사 건의' 공동설명을 발표하고, 대통령 거부권 행사를 촉구하고 나섰다.

여당인 국민의힘이 이동관 방송통신위원장 등에 대한 탄핵안 표결을 막기 위해 노란봉투법 저지를 위한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 카드를 내려놓은 상황에서 대통령 거부권이 관련법 시행을 저지할 수 있는 최후 보루이기 때문이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손경식 경총 회장, 김기문 중기중앙회 회장, 최진식 중견련 회장 등 경제 6단체 회장단이 참석했다. 대한상의, 무역협회, 한경협은 회장 대신 고위 임원급이 대참했다.

이들은 노란봉투법 국회 통과에 대해 "산업생태계를 붕괴시키고, 산업현장은 1년 내내 노사분규에 휩쓸리게 될 것"이라며 "야당(더불어민주당)이 재계의 의견을 무시하고 정략적 판단으로 국가 경제를 위태롭게 하는 개악안을 통과시킨 것에 대해 강력 규탄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법안이 가져올 경제적 위기를 막을 유일한 방법은 대통령의 거부권밖에 남지 않았다"며 "대통령께서 거부권 행사로 이 나라의 기업과 경제가 무너지는 것을 막아주시길 간곡하게 호소드린다"고 덧붙였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손경식 경총 회장, 우태희 대한상의 부회장(대참), 김고현 무협 전무(대참), 김창범 한경협 부회장(대참), 김기문 중기중앙회 회장, 최진식 중견련 회장 등 경제 6단체 회장단이 참석했다.

아울러 기업계는 15일 경총 이동근 상근부회장을 비롯해 완성차·조선 기업계 단체들이 단체로 대통령 거부권 행사를 호소하는 기자회견을 가질 예정이다. 이 상근부회장은 "노사갈등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라도 가능한 한 조기에 거부권이 행사돼야 한다는 게 재계의 입장"이라고 밝혔다.


◆ 노란봉투법, 거부권 행사 유력...'재계 VS 노동계' 갈등 장기화되나


노란봉투법이 정치권과 기업·노동계의 최대 쟁점으로 급부상했다. 지난 9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뒤 당정 건의로 윤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가 이뤄질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만약 거부권이 행사될 경우 이해당사자인 재계와 노동계의 갈등이 걷잡을 수 없이 깊어지는 등 후속 파장도 거셀 것으로 관측된다.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는 이날(13일) 노란봉투법에 대한 대통령 거부권 행사를 공식 건의키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정부와 여당이 야당 주도로 단독 처리된 쟁점 법안에 대해 '시행 불가' 방침을 굳힌 만큼, 윤 대통령도 이를 적극 수용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결국 윤 대통령의 일정상 이달 말 또는 늦어도 내달 초에는 노란봉투법 국회 반려가 이뤄질 공산이 크다. 이 경우 국회 재표결이 이뤄지게 되는데, 재의결이 되려면 재적의원 과반수와 의원 3분의 2 이상 찬성이 이뤄져야 해서 국민의힘이 반대에 나선다면 사실상 폐기 수순을 밟게 된다.

문제는 대통령 고유권한으로 해당 법안이 폐기되더라도 이와 유사한 법안이 추후 재발의될 수 있어 기업계와 노동계 갈등이 장기화될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재계와 노동계가 저마다 견고한 입장을 고수하고 있는 데다, 타협이나 교섭의 여지조차 남겨두지 않고 있어 산업현장 셧다운이 우려되는 상황이다.

게다가 여야 정치권 또한 쟁점 법안을 놓고 첨예하게 대치한 상황이라 조율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정치논리와 깊게 엮인 노란봉투법은 내년 4월 총선이 끝나고 22대 국회에서 재점화할 수 있다는 것이 중론이다. 이에 상생이 요구되는 기업계와 노동계의 관계도 쟁점 법안에 악화일로를 걸을 수밖에 없어 정부나 정치권에서 이를 중재할 만한 가교를 놓아야 한다는 제언도 나온다.

한편, 노란봉투법은 사용자 범위 확대와 노조 및 노조원에 대한 손해배상 청구 제한이 골자다. 사용자 범위 확대의 경우 기업계가 가장 우려하는 지점이다. 

노란봉투법은 사용자의 개념을 '근로조건에 대해 실질적이고 구체적으로 지배·결정할 수 있는 자'로 규정하고 있다. 이는 근로계약을 직접 체결하지 않더라도 임금 및 근로시간 등에 실질적 영향을 끼치면 모두 사용자라고 볼 수 있다는 의미로, 하도급 노조가 원청사에 직접 교섭을 요구할 수 있도록 하자는 것이 기본 취지다. 

이와 관련, 10대 건설사 관계자는 <뉴스캔>과의 취재에서 "대기업의 경우 하청사가 하나 둘도 아니고 수천 개에 달한다"라며 "기업 입장에서 이들과 일일이 교섭을 해야 한다면 1년 내내 산업현장은 제대로 굴러가지도 않고 노조와 씨름만 해야 하는 것인데, 이러한 법이 통과되면 극심한 혼란이 있을 것"이라고 우려를 내비쳤다. 

또 그는 노란봉투법의 또 다른 쟁점 사안인 근로자 노동쟁의에 따른 손해배상 산정 부분에 대해서도 "파업이나 시위로 생긴 사측 피해를 기업이 입증을 해야 한다는 게 말이 되나"라며 "(노동쟁의로 회사에 손해를 끼친) 개개인을 모두 특정하기도 쉽지 않을뿐더러 입증 책임을 기업으로 떠넘기면 손해배상 책정 과정에서 법적 혼란만 야기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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