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세연 "文정부 공시가 현실화 정책, 주택가격 및 전세가격 상승 유발"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이 23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브리핑실에서 부동산 공시가격 현실화 수정계획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국토교통부 제공]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이 23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브리핑실에서 부동산 공시가격 현실화 수정계획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국토교통부 제공]

[뉴스캔=박진용 기자] 정부가 부동산 공시가격 현실화 로드맵 개편안을 확정짓지 못한 채 내년도 주택 공시가 현실화율을 동결키로 했다. 국내 경기가 장기 침체를 겪는 상황에서 공시가 동결로 부동산 소유주들의 세금 부담을 낮춰준다는 취지에서다. 또 최근 집값이 하향 조정기를 거치면서 시장 불확실성이 커진 상황 등을 두루 고려한 조치라는 게 정부 당국의 설명이다.

국토교통부는 21일 중앙부동산가격공시위원회를 열고, 내년도 부동산 공시가격 현실화율을 올해와 동일한 수준으로 동결하는 것을 골자로 한 '부동산 공시가격 현실화 계획 재수립 방안'을 의결했다.

당초 정부는 내년도 부동산 공시가 현실화율을 공동주택 75.6%, 단독주택 63.6%, 토지 77.8% 수준으로 각각 상향한다는 방침이었다. 그러나 이번 동결 조치로 인해 내년 공시지가 현실화율은 올해와 같이 아파트 등 공동주택은 69.0%, 단독주택 53.6%, 토지는 65.5%로 적용될 전망이다.

정부가 이렇듯 단계적 상향에 나서겠다고 했던 당초 계획과 달리 공시가 현실화율을 동결시킨 것은 단기적 세금 부담 가중과 공시가의 시세 역전현상 등 부작용을 우려한 데 따른 조치라는 설명이다.

다만 올해 역대급 세수펑크에 국고와 지방 재정에 구멍이 뚫린 상황에서 이같은 조치는 세수 부족을 더욱 부추길 수 있다는 우려도 엄존하는 만큼, 정부의 이번 조치를 놓고 갑론을박이 치열한 상황이다.


◆ 조세연 "공시가 현실화, 주택價 끌어올려…전세가격에도 영향" 


20일 오후 서울 서초구 한국부동산원 강남지사에서 부동산 공시가격 현실화 계획 관련 공청회가 진행되고 있다. [사진=한국조세재정연구원 제공]
20일 오후 서울 서초구 한국부동산원 강남지사에서 부동산 공시가격 현실화 계획 관련 공청회가 진행되고 있다. [사진=한국조세재정연구원 제공]

이런 가운데, 한국조세재정연구원(조세연)은 20일 서울 한국부동산원 서울강남지사에서 열린 '부동산 공시가격 현실화 계획 관련 공청회'에서 "근본적 재검토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냈다.

조세연이 현재 진행 중인 부동산 공시가 현실화 국책 연구용역 결과는 국토부가 향후 내놓을 '부동산 공시가격 현실화 로드맵 수정안'에 반영될 예정이다. 당초 이날 공청회에서 공시가 현실화율 목표치를 현행 90%에서 80%로 하향 조정하고 현실화 시기를 연장하는 방안이 발표될 것으로 관측됐으나, 이와 관련한 구체적 언급은 없었다.

이날 이유리 국토부 부동산평가과장은 '근본적 재검토가 계획 폐기까지 포함하는 것이냐'는 취재진 질의에 "문은 열려있다"면서 "그런 부분까지 앞으로 검토해 결론을 내릴 것"이라고 답했다.

이어 "국토부가 여러 대안을 검토하는 과정에서 기존 계획을 부분적으로 수정하는 정도로는 부족하다고 판단하게 됐다"면서 "앞으로 검토를 진행하면서 의견을 수렴하는 절차를 거칠 것"이라고 부연했다.

그렇다면 조세연이 이날 전임 정부의 로드맵에 기반한 부동산 공시가 현실화 계획에 대한 전면 재검토를 요구한 이유는 무엇일까.

조세연은 앞서 16일 '공시가격 현실화가 주택시장에 미친 영향' 보고서를 냈다. 해당 보고서에 따르면 공시가 인상은 보유세 부담을 늘리고 기준가를 끌어올리는 현상을 야기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특히 단기적으로는 기준가 인상 효과가 더욱 크다고 봤다.  

통상 보유세 강화는 주택시세 안정화의 수단으로 활용돼 왔다. 주택 시세가 동일하다는 가정 하에 종합부동산세(종부세), 재산세의 과세표준이 되는 공시가가 오르면 보유세 부담은 커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다주택자의 경우 보유세 부담에 일부 자가 주택을 매물로 내놓게 되고, 공급 확대에 주택가격은 점차 떨어진다는 논리다. 해당 보고서에 따르면 보유세 부담이 50% 증가할 경우 소유주의 평균 보유 주택수는 0.126채 감소할 것으로 추정된다. 

이에 문재인 정부는 보유세 강화에 방점을 둔 공시가 현실화 정책에 드라이브를 걸었다. 전임 정부는 2020년 '부동산 공시법'에 따라 공시가 현실화율 목표치를 90%로 설정, 부동산 유형·시세별로 적게는 5년에서 최대 15년의 목표 도달 기간을 설정했다.

문 정부의 이러한 정책 시행으로 공시가 현실화율이 치솟자 부동산 시세 상승은 물론, 공정시장가액비율 등 세제 개편 효과까지 맞물리면서 주택 소유주들의 보유세 부담도 커졌다. 보고서는 2021~2022년 재산세 부담 증가의 주 요인이 주택시세 상승(60%), 공시가 현실화율 제고(16%), 누진세율 등 제도 개편(24%) 등이라고 분석했다.

그러나 이같은 보유세 부담 증폭이 주택시세 상승폭을 누그러뜨리는 대신 다주택 매매가 인상을 부추겼다는 게 조세연의 주장이다. 송경호 조세연 부연구위원은 "공시가격 변동으로 인한 두 가지 효과 중에서 기준가격을 끌어올리는 효과가 단기적으로 더 컸다"면서 "공시가격을 10%포인트 인상하면 주택가격은 1~1.4% 정도 올랐다"고 설명했다.

특히 주택 실거래가 인상은 고가형 주택에서 두드러진다는 설명이다. 조세연은 이와 관련해 "공시가격 공개 후 시장에서 가격에 맞춰 거래가 형성되기 때문에 공시가가 많이 상승한 주택의 실거래가가 더 오르는 현상이 나타난다"라며 "세 부담이 늘어나더라도 향후 주택가격 상승이 기대되는 경우 자본 이득의 기댓값이 세 부담 증가보다 클 수 있다는 점에서 주택 가격 안정화에 미치는 영향도 제한적"이라고 짚었다.

아울러 공시가 인상으로 인한 보유세 증가는 전세가격에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됐다. 송 부연구위원은 해당 보고서를 통해 "공시가격이 10%포인트 상승하는 경우 전세가격은 약 1~1.3% 정도 올랐다"며 "다만 시장 상황에 따라 세부담의 임대료 전가 정도는 달라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조세 부담을 통해 주택가격에 영향을 미치려는 시도는 그 효과가 제한적"이라며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효과가 나타나지 않는 반면, 세 부담 전가 등 부작용이 있어 보다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한편 국토부는 내년까지 진행될 조세연의 연구용역 결과를 주택 공시가 현실화율 책정 지표로 삼는다는 계획이다. 국토부 한 관계자는 <뉴스캔>과의 통화에서 "조세연 측 연구결과를 토대로 내년 초 공시가 현실화율 로드맵을 개편, 수립할 계획"이라며 "이 밖에 공시가 현실화율 동결 기조 외에 세부 방침은 아직 정해진 바 없다. 국책연구 결과를 기다리고 있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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