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대부업체, 급전 빌린 채무자들 대상으로 성착취·협박성 추심 횡행
금감원·법률구조공단, 불법계약 무효화 소송 및 변호사 선임 무상 지원

여의도 금융감독원 [사진=뉴스캔DB]
여의도 금융감독원 [사진=뉴스캔DB]

[뉴스캔=박진용 기자] #1. 두 자녀를 둔 30대 남성 A씨는 수개월에 걸쳐 회사 월급이 체불되자 생활비 마련을 위해 지난해 1월 온라인 검색을 통해 대부업체로부터 급전 20만 원을 대출받았다. 대출기간 7일에 상환금은 총 40만 원이었다. 이는 무려 연 4562%에 이르는 이자율로, 엄연히 불법이다.

심지어 대출 과정에서 A씨는 일가친척과 지인 등 11명의 개인정보를 제공했다. 그럼에도 A씨는 대출 후 월급이 계속 밀리자 원리금을 갚지 못했고, 대부업체는 A씨가 과거 타 대부업자에게 제공한 나체사진을 친인척들에게 유포하기에 이른다. 이를 통해 대부업체들이 채무자들의 개인정보부터 각종 담보성 불법자료를 공유하고 있다는 사실도 드러났다.

#2. 생활고에 시달렸던 20대 B씨는 지난 2021년 대부업체로부터 10~20만 원 단위로 총 17회에 걸쳐 급전을 대출했다. 대출기간은 3~14일로, 매번 이자로 적게는 6만 원에서 많게는 20만 원씩 냈다. 이자율은 최대 7300%에 이른다. 원금 225만 원에 이자가 178만 원이었다.

이자 폭탄을 감당하지 못했던 B씨는 끝내 원리금을 제때 갚지 못했고, 해당 대부업체는 B씨에게 타 업체로부터 대출을 받도록 해 돌려막기를 강요했다. 이 대부업체의 악질적 불법 행태는 여기에서 그치지 않았다. B씨의 가족은 대부업체의 협박을 받았고, B씨는 직장에 대부 사실이 알려져 결국 해고됐다.

이렇듯 최근 불경기 장기화에 서민경제 불안이 증폭되면서, 이를 악용한 대부업체들의 불법 행태가 횡행하고 있다. 원리금을 갚지 못한 채무자와 그 가족들을 향한 협박·성착취 등 불법 추심은 물론, 직장까지 잃게 만들며 생활고가 깊은 서민들의 삶을 파탄으로 몰아넣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에 금융당국이 철퇴를 꺼내들었다. 금융감독원과 대한법률구조공단(이하 법률단)은 지난 6일 이들 불법 대부업체로부터 돈을 빌린 A씨와 B씨의 대부계약에 대한 무효화 소송을 지원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나아가 불법대부업체 총책 등을 대상으로 피해자에 대한 정신적 피해 보상 성격으로 거액을 청구했다.

A씨 사례의 경우 대부업체 총책 등 4명을 대상으로 대출계약 무효화는 물론, 협박·나체사진 유포 등에 따른 정신적 피해보상금으로 1000만 원이 청구됐다. B씨의 경우 대부업체 대표 등 3명에게 계약무효확인, 기지급 대출원리금 반환, 불법추심에 대한 위자료 300만 원 등을 청구했다.

금감원은 이날 "이번 사례는 반사회적 불법대부계약 무효화를 위한 첫 소송지원 사례로, 향후 지속적인 소송지원을 통해 반사회적 불법사금융에 대한 억지력을 강화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금감원과 법률단은 지난해 말 이같은 반사회적 불법대부업체의 악행을 저지하기 위해 피해자 무료 소송을 지원하는 것을 골자로 MOU(업무협약)을 맺은 바 있다. 소송비는 금감원이 지급하고, 법률단은 변호사 선임을 지원한다.

민법 103조에 따르면 반사회적 대부계약의 경우 무효화가 가능하지만 피해자 구제가 인정된 판례는 없었다. 금감원과 법률단은 A씨와 B씨 사례의 경우 매우 악질적인 불법 추심으로 보고, 법적으로도 대출계약 무효화가 가능하다고 판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두 기관은 즉각 두 사례를 피해 즉각구제 사례로 선별해 법적 지원절차에 착수했다. 또한 피해자 가족과 지인, 직장 등에 대부사실을 유포한 대부업체를 상대로 한 무료 소송 지원을 비롯해 원금, 이자까지 전액 돌려받을 수 있도록 전폭적인 지원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일러스트=프리픽]
 [일러스트=프리픽]

금감원은 이를 계기로 '불법 사금융 척결 범정부 태스크포스(TF)'를 꾸리고 향후 불법대부계약 피해자 무효소송 지원을 지속한다는 방침이다. 경찰 등을 통해 불법대부업체 신고가 접수된 사례를 적극 선별해 악성 불법대부업체 근절에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금감원 관계자는 "불법 대부업체로부터 피해를 받은 분들께서는 금감원이나 경찰 제보 및 신고를 통해서 조속히 피해구제를 받으시길 바란다"라며 "이번 조치도 그간 법적 보호를 받지 못했던 서민금융의 사각지대를 해소하기 위함이다. 또한 불법대부업체들 사이에서 채무자 개인정보가 공유되는 문제에 대해서도 들여다 볼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금감원, 불법사금융 예방 위한 합동점검...불법대부 '전방포위'


이와 함께 금감원은 지난달 29일부터 불법 대부업 온라인 홍보를 집중 단속하는 등 불법대부 피해를 예방하는 데에도 주력하고 있다. 

현재 금감원은 서울시·서울경찰청·금융보안원 등 관계기관과 공조해 온라인 대부중개플랫폼을 통한 개인정보 판매와 미등록 대부업자의 불법광고가 성행하고 있는지 여부를 들여다보고 있다. 특히 소비 지출이 느는 설 연휴 전 불법대부 홍보 모니터링을 대폭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또 금감원은 대부광고업계의 의무표시사항 기재 및 채무자 개인정보 보호(제3자 제공 금지) 의무 준수 여부도 집중 점검한다는 계획이다. A씨 사례에서도 대부업체들이 암암리에 대출 고객들의 개인정보를 공유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 만큼, 불법 사금융의 개인정보 유통 심각성을 통감한 데 따른 조치다.

이번 집중검검에서 위반행위가 적발된 대부업체 및 홍보대행사들은 관련법에 따라 과태료 부과 및 영업정지 등 엄중한 처분이 내려지게 된다. 

금감원은 이번 점검에서 위규 행위가 적발된 업체를 관련 법령에 따라 과태료 부과, 영업정지 등 엄중히 조치할 계획이다. 특히 금융보안원 별도 수사로 적발된 개인정보 보호법 위반 업체들에 대해서도 법적 강력 대응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금감원과 관계기관의 합동점검 결과도 각 지자체로 공유된다. 전파된 점검결과를 토대로 불법대부업체들에 대한 지자체 차원의 고강도 행정제재가 이뤄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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