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들어 중대재해 4건 발생...조선업계, 일손 부족 '딜레마'

경남 통영시 소재 대우조선해양 전경 [사진=대우조선해양]
경남 통영시 소재 대우조선해양 전경. 기사 본문 내용과는 무관. [사진=대우조선해양 제공]

[뉴스캔=박진용 기자] 조선업계에서 올 들어 벌써 4건의 중대재해가 발생하면서 노동계 반발이 깊어지는 모습이다.

국내 대형 조선사들은 최근 3~4년에 걸쳐 꾸준히 수주실적을 쌓으며 수익실현에 드라이브를 거는 상황이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근로자 사망사고가 발생하는 등 최근 노동계에 민감한 이슈가 불거지면서, 근로자들에 대한 대형 조선사들의 무리한 작업요구가 원인이라는 지적이 조선소 노조를 중심으로 터져 나오고 있다. 아울러 국내 근로인력 부족에 비전문 인력인 외국인 근로자들을 대거 영입한 것이 이러한 부작용을 촉매하고 있다는 게 노동계 주장이다. 

19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지난 12일 HD현대중공업 울산조선소에서 하청사 소속 노동자 A씨가 사망하고, 노동자 B씨가 중상을 입는 사고가 있었다. 원유생산설비 블록을 운반하는 과정에서 사고가 생긴 것으로 파악됐다. 앞서 지난 2022년 4월에도 폭발사고 발생으로 근로자 1명이 사망한 바 있다. 

이에 현재 고용노동부는 HD현대중공업 측 과실 여부를 따져보고 있으며, 중대재해처벌법이 적용될지 여부도 들여다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중처법 시행 후 국내 산업계 전반에서는 안전사고 예방에 만전을 기하는 분위기가 정착되고 있다. 중처법에 따르면 중대재해 발생 시 기업 오너와 안전관리 책임자, 법인 모두가 고강도 처벌 대상에 포함되는 만큼 근로자 작업환경 개선과 보건복지 향상을 통해 사내 중대사고 발생을 제로화하는 데 총력을 기울인 것이다.

그럼에도 올 들어 현대중공업을 비롯해 한화오션(2명), 삼성중공업·HSG성동조선(1명씩) 등 조선업계에서만 총 4명에 이르는 사망사고가 발생하면서, 여전히 안전·보건 시스템에서 개선점이 많다는 노동계의 지적이 나온다.

이번 HD현대중공업 사고를 계기로 노동계는 일감 수주분을 소화하기 위해 무리하게 근로자들에게 작업을 강행한 것이 문제라는 입장이다.

아울러 국내 조선업계를 대표하는 3대 조선사들이 막대한 비용을 들여 사업장 안전·보건 강화에 공을 들이고 있지만 실효성을 거두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실제로 지난해 조선3사가 안전·보건 인프라 충원에 투자한 금액은 9000억 원을 훌쩍 넘는다. HD현대중공업 3085억 원, 삼성중공업 3300억 원, 한화오션 3200억 원 등이다. 그럼에도 올 초에만 벌써 4건의 사망사고가 발생하자, 관련예산만 늘리는 것이 능사는 아니라는 목소리에 힘이 실리고 있는 것이다.

이와 관련, 조선업계 한 관계자는 "1, 2월에만 이미 4건의 사망사고가 발생했다는 것은 단순하게 볼 사안은 아니"라며 "천문학적 예산을 들였음에도 이같은 사고 발생이 지속된다는 것은 회사 방침 등 '구조적인 문제'가 있다는 것이다. 가령 숙달되지 않은 외국인 근로자의 현장 투입비중이 늘었다던지, 작업량이 과도하다던지, 안전사고 위험마저 하청으로 수직계열화됐다던지 하는 것들을 꼽을 수 있다"며 문제의 근원을 짚었다.

업계는 중처법 시행 후 안전사고 발생에 따른 리스크 최소화에 각별한 공을 들이고 있다. 2022년 법 시행 후 3대 조선사에서 총 10건의 사망사고가 발생했지만, 현재까지 중처법에 근거해 기소된 사례는 없었다. 이는 중처법 시행 이후에도 근로자 사망사고에 솜방망이 처벌이 이어지고 있다는 노동계 문제제기로 이어지는 모습이다. 올 들어 발생한 사망사고도 조선업계 노사 간 갈등을 부추길 거대 뇌관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금속노조 현대중공업지부, 중대재해없는세상만들기 울산운동본부는 15일 부산지방고용노동청 울산지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경영 책임자의 처벌을 촉구했다. [사진=금속노조 제공]

 


◆노동계·정치권 "조선사, 적정 작업량 적용 등 근본대안 내놨어야"


조선업계는 모처럼 수주 호황에 일감이 많지만 정작 일손이 부족한 탓에 딜레마가 깊은 상황이다. 이는 작업량 증가와 미숙련 외국인 근로자 채용 확대로 이어지며 안전사고 발생률을 높이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에 노동계 반발도 극심한 상황이다. 지난 12일 HD현대중공업 울산조선소에서 발생한 근로자 사망과 관련해, 금속노조 현대중공업지부, 중대재해없는세상만들기 울산운동본부 등은 HD현대중공업의 관리감독 부실과 책임자 처벌을 따져묻기 위한 기자회견을 가졌다.

이들은 "안전에 대한 과감한 투자와 무재해를 위한 특단의 대책을 세울 것을 요구한다"고 목소리를 높이며 고용부에 현대중공업 경영책임자를 엄중 처벌하는 한편 해양사업부에 작업 전면중지를 명령할 것을 촉구했다.

그러면서 "상부 블럭 이동과정에서 계속적으로 문제가 발생했음에도 무리하게 작업이 강행된 이유는 다음날 예정된 해상크레인 사용 등을 포함한 일정과 비용을 절감하기 위한 것"이라며 "잘못된 작업방식에 대해서 알면서도 이 방식을 고수했고 결국 중대재해가 발생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블록 이동작업 시 노동자의 출입을 금지하고 검사를 위해 블록에 진입할 경우 낙하물이나 블록 전도사고 예방을 위해 철저한 안전점검 후 작업을 실시해야 함에도 이에 대한 조치가 이뤄지지 않았다"며 "실제 현장에선 기본적인 안전조치가 이뤄지지 않은 채 무리하게 작업을 강행해해 크고 작은 아차사고가 계속됐다"고 꼬집었다. 

4월 총선을 앞둔 정치권에서도 노동계의 이러한 반발에 동조하는 기류가 일고 있다. 변광용 더불어민주당 총선예비후보(거제)는 최근 조선업계 안전사고 발생과 관련해 "지금껏 이어온 고위험, 고강도, 장시간 노동의 조선업 현장을 정책과 예산의 획기적 지원을 통해 안전하고 찾고 싶은 산업 현장으로 만들어 나가야 한다"고 지적했다.

진보당 경남도당 또한 "중대재해 사건에 대한 실질 경영책임자 강력 처벌과 안전 시스템의 전면적인 점검 및 재발 대책 마련, 위험의 외주화 중단 등을 했다면 반복되는 노동자의 죽음을 막을 수 있었다"고 조선업계 안전관리 실태에 실망감을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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