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라톤에서 배우는 '비전'의 가치

 라파엘로가 그린 '아테네 학당' 속의 플라톤(왼쪽)과 아리스토텔레스. [사진=위키피디아]
 라파엘로가 그린 '아테네 학당' 속의 플라톤(왼쪽)과 아리스토텔레스. [사진=위키피디아]

“당신의 꿈은 무엇입니까?”

간혹 처음 만나는 사람과 담소를 나눌 때 꿈 얘기를 하곤 한다. 상대방의 과거나 현재보다는 미래에 대한 생각과 구상을 알고 싶을 때 꺼내는 말이다.

꿈과 비슷한 의미로 우리는 어떤 사람에 대해 ‘비전이 있다, 없다’는 이야기를 하기도 한다. 꿈(Dream)과 비전(Vision). 이 둘은 이처럼 사람이든 경영환경에서의 기업이든 그 대상의 미래상을 나타내는 대명사쯤으로 여겨진다.  

그런데 엄밀히 말하면 꿈과 비전은 약간의 차이가 있다. 사전적 의미로 ‘꿈(Dream)'은 ’황홀한 기분, 꿈결 같음, 몽상, 환상‘을 의미하는 데 반해 ’비전(Vision)'은 ‘(보이지 않는 것을 마음 속에 그리는) 상상력, 선견, 통찰력’으로 나와 있다. 즉 꿈은 미래에 대한 막연한 기대인 반면, 비전은 좀 더 그 기대가 구체성을 띠고 있다는 것으로 해석해야 할 듯하다. 

꿈이 생각중심이라면 비전은 행동중심인 탓이다. 독일어권 최고의 자기개발 지도자인 자비네 아스고돔은 비전에 대해 다음과 같이 말한 바 있다.

“비전이 있는 사람은 '행동'에 가깝다. 이들은 계획을 잘 갈고 다듬어 행동으로 옮기고 과감히 결정하고 위험을 이겨내며 적극적으로 일한다. 시도하고, 실천하고, 최선을 다하고, 실패를 감안하고, 성공을 기뻐한다.”

꿈 하면 종교개혁의 선구자인 마틴 루터 킹 목사 얘기를 빼놓을 수 없다.

"저에게는 꿈이 있습니다. 언젠가 이 나라가 모든 인간은 평등하게 태어났다는 것을 자명한 진실로 받아들이고 그 진정한 의미를 신조로 살아가게 되는 날이 올 것이라는 꿈입니다. 언젠가는 조지아의 붉은 언덕 위에 예전에 노예였던 부모의 자식과 그 노예의 주인이었던 부모의 자식들이 서로 형제애를 느끼며 식탁에 함께 둘러앉는 날이 오리라는 꿈입니다."

그에게 이 꿈은 결국에는 비전으로 발전했다. 1963년 워싱턴으로 향한 대대적인 평화행진을 준비하고 실천함으로써 자신의 꿈을 비전으로 만들어낸 것이다.


◆ 플라톤이 꿈꿨던 국가... '정의'를 비전으로 내세운 나라 


꿈이 ‘행동력’을 가지면 ‘비전’이 된다. 비록 실패와 성공의 잣대가 뒤따른다 하더라도 마냥 꿈에서 머문 것보다는 비전으로 승화되는 꿈이 후대에는 더 아름답게 보이기도 한다.  

그렇다면 현대와 같은 자본주의 중심의 세계 경제 구도 안에서 살아가는 기업에도 꿈의 의미가, 아니 비전의 가치가 기업경쟁력을 향상시킬 수 있을까. 

 종교개혁의 선구자로 평가받는 마틴 루터 킹 목사. [사진=Supreme]
 종교개혁의 선구자로 평가받는 마틴 루터 킹 목사. [사진=Supreme]

철학자 플라톤이 그에 대한 해답을 줄 만하다. 아리스토텔레스와 함께 서양철학의 근간을 이룬 플라톤은 자신의 ‘이데아’론을 통해 “비전을 제시할 줄 아는 기업이 성장한다”는 강력한 메시지를 현대의 기업경영인들에게 전달해주고 있다.

플라톤의 사상과 경영을 연구한 독일의 경영 칼럼리스트 안드렝아스 드러스데크는 "플라톤은 이상적인 경영자가 되려는 사람은 선견지명, 공명정대, 그리고 신뢰할 수 있는 핵심적 가치를 가지고서 그 비전(핵심적 가치)을 기업에서 실천에 옮길 수 있는 철학자가 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플라톤은 합리주의 철학자의 대표주자로 손꼽힌다. 그의 사상은 크게 두 가지로 나눠지는데, 바로 '이데아'와 '이상국가'이다. 각 사물마다 절대로 변하지 않는 본이 따로 있는데 이것을 그는 ‘이데아라고 불렀다. 

이데아의 특징은 절대 변하지 않고 그리고 영원하다는 것. 따라서 플라톤은 이데아가 변한다면 우리는 더 이상 아무 것도 알 수 없으며 성급한 판단이나 생각을 지적하기 위해 이데아라는 개념을 고안해냈다고 설명했다.  

플라톤은 또 '어떤 국가의 모습이 가장 이상적일까?'하는 문제를 스스로 제기했다. 그가 나름대로 내린 해결방책은 ‘정의가 이루어진 국가가 가장 이상적인 국가’라는 논리다. 이런 신념을 바탕으로 그는 제자들에게 정의를 위해서는 서민들이 절제하고, 무사들이 용기를 가지며, 지도자들이 지혜를 가져야만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플라톤의 이같은 비전은 현실의 벽을 끝내 넘지 못했다. 그럼에도 그는 왜 이런 비전을 찾고자 평생을 노력했을까. 그것은 현실사회에 대한 부조리를 벗어나고자 했던 욕망 때문이었던 것으로 해석된다.

아테네의 명문에서 태어난 플라톤은 젊었을 때는 정치를 지망했으나 그의 스승인 소크라테스가 처형되는 것을 보고 정계의 미련을 버렸고, 그 후 인간 존재의 참뜻이 될 수 있는 것을 추구한 나머지 철학을 탐구하기 시작했다. 

기원전 385년경 아테네의 근교, 영웅 아카데모스를 모신 신역에 학원 아카데메이아를 개설한 플라톤은 각지에서 청년들을 모아 연구와 교육생활에 전념하는 사이 80세를 바라보는 나이가 됐다. 그 동안 두 번이나 시칠리아섬을 방문해 시라쿠사의 참주 디오니시오스 2세를 교육하며 이상정치(비전)를 실현시키고자 애썼다.  


◆ 불황기 타개할 경영 비책이 곧  '비전경영' 


플라톤의 철학을 경영의 카테고리로 옮겨보면 주지하다시피 ‘비전경영’(Vision Management)으로 귀결된다. 사람의 성장과 관련한 비전관리가 ‘미래설계와 꿈’이라고 한다면 기업에서도 미래의 꿈을 경영에 반영시키고자하는 움직임이 바로 비전경영이다. 

그런데 비전경영은 지금과 같은 불황기 일수록 최고경영자들에게 더 요구되는 경영기법이라 할 만하다. 경영인 10명에게 “사업 잘 되십니까?”라고 물어본다면 아마 8명 이상은 “아니오”라고 답할 게 뻔하다. 

이처럼 불경기에 비전경영은 불안한 현재를 이겨내고 다가오는 미래를 예견해 이를 사전에 준비하는 경영, 즉 명확한 목표(비전) 를 세워 임직원 모두가 공유하여 “한 번 해보자”는 분위기를 이끌어 주는 역할을 해낸다.    

기업에서 미래의 꿈을 경영에 반영시키고자하는 움직임이 바로 비전경영이다. [일러스트=프리픽 제공] 
기업에서 미래의 꿈을 경영에 반영시키고자하는 움직임이 바로 비전경영이다. [일러스트=프리픽 제공] 

따라서 회사나 경제 환경이 나쁠수록 기업의 최고경영자는 새로운 비전을 제시해야 한다. 미래를 희망적으로 예측하고 그것을 통해 현실에 충실할 수 있는 신념을 조직 구성원들에게 심어줘야 하고, 이를 바탕으로 구성원들에게 사명의식을 부여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무엇이 비전경영일까. 비전(Vision)이란 조직의 바람직한 미래상으로, 미래에 어떠한 기업이 되고 싶은가를 나타내는 ‘조직구성원의 소망’ 쯤으로 해석해도 무방하다. 즉, 비전은 ‘기업이 미래에 달성하고자 하는 기업상’이며 사회 속의 기업 위상과 미래를 향한 기업의 꿈을 실현하기 위해 기업이 갖춰야할 자기역할과 기본방향을 구체화시킨 개념이다.   

또한 비전 경영은 불확실성에 대비하기 위해서도 필요하다. 불확실성에 대비하는 것은 미래에 오게 될 지도 모를 위험요소를 제거하는 것이며 안정적인 경영을 펼쳐갈 수 있는 자신을 갖게 한다. 예기치 않은 난관을 기꺼이 받아들이는 방법을 배우고 실천하는 것, 그것은 일을 적극적으로 추진할 수 있는 비전 경영의 원동력이다. 

비전 경영의 핵심은 ‘명확한 목표의 제시’라고 할 수 있다. 단기적인 목표와 중장기적인 목표를 분명히 제시하고 이의 달성을 위한 전력투구, 그리고 그에 대한 합당한 보상이 이뤄질 때 비전 경영은 성과를 내기 마련이다. 비전 경영에서 최고경영자의 역할이 상당히 중요한 것도 이 때문이다. 

이처럼 비전 경영에 성공하기 위해서는 명확한 비전을 공감할 수 있는 과정을 통해 수립하고 일관성있게 실행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러나 비전 경영에서 간과해서는 안 될 것이 있다면 바로 효율성이다. 비전만 훌륭하다고 해서 그 비전이 수익으로 연결되지 못한다면 기업은 문닫고 말기 때문이다.  

김진욱 뉴스캔 발행인
김진욱 뉴스캔 발행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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