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문하는' 철학자 소크라테스에서 배울 것

프랑스의 화가 자크 다비드의 유화 '소크라테스의 죽음(1787년)' [사진=Wikimedia Commons]
프랑스의 화가 자크 다비드의 유화 '소크라테스의 죽음(1787년)' [사진=Wikimedia Commons]

오늘은 아테네 철학의 선구자 역할을 한 소크라테스 얘기를 해보려 한다.    

"네 자신을 알라” 

제일 먼저 누가 이 말을 했느냐에 대한 진위여부가 밝혀지지 않아 여전히 논란이 되긴 하지만 소크라테스는 ‘무지(無知)’ 속에 갇혀 지내는 것을 경계하고 자기 자신의 내면을 끊임없이 성찰하고 겸손한 삶을 살아야한다고 강조했다.  

소크라테스를 상징하는 이 명언에서 기업의 리더인 경영자들은 ‘질문하는 습관’에 대해 배움의 포커스를 맞출 필요가 있다. 소크라테스는 생활하면서 늘 이런 생각을 갖고 살았다고 한다. 

“나는 다른 사람보다 현명하다. 보통 사람들은 자기 자신이 모르고 있다는 사실을 모르지만 나는 내가 모르는 있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나는 늘 (모르기에) 질문을 던진다”

소크라테스에게 질문은 ‘되풀이 하는 질문으로 인해 상대방과의 깊이 있는 대화를 가능하게 하는 매개물’이었을 것이다. 고대 그리스 당시 젊은이들의 우상이자 스승이었던 소크라테스는 깊이 있는 질문에 단련되도록 하는 것이 젊은이들에게 논리적으로 자신의 사고를 살펴보고 그 사고의 타당성을 판단할 수 있게 해 준다고 굳게 믿었다. 

이 질문법을 통해 소크라테스는 그의 제자들과 대화하기 위해 그 주제에 대한 자신의 무지를 고백한 것이다. 일종의 ‘바보 연기’로 제자들로 하여금 스스로 그 주제에 대한 지식을 완벽하게 습득하도록 유도했다고 볼 수 있다.   

소크라테스는 자신이 항상 질문을 던지는 것에 대해 “내가 질문하는 것은 목적과 이유를 갖고 진리를 찾아가기 위해서”라는 변을 내세웠다. 이 대목에서 오늘날의 경영자들은 기업의 생존과 성장을 위해서라면 소크라테스처럼 늘 질문을 던지는 버릇을 가질 필요가 있다. 일종의 ‘질문 경영’을 펼쳐야 한다는 얘기다. 경영자가 부하(직원들)에게 창의력과 상상력을 가질 수 있도록 끊임없는 질문을 던지는 경영이 바로 질문 경영이 되는 셈이다.   


◆ 도요타 조 후지오 회장의 ‘Why 경영’


일본의 대표적인 자동차기업 도요타는 한때 미국 제너럴모터스(GM)를 꺾고 세계 자동차 생산과 판매부문에서 정상에 오를 만큼 위용이 대단했다. 

그런 도요타의 역사를 거론할 때 빠지지 않는 인물이 바로 조 후지오 회장이다. 1937년생인 그는 1960년 도쿄대학 법학부를 졸업하고 바로 도요타에 입사해 칠순을 넘길 때까지 도요타를 세계 정상급 자동차기업으로 키웠는데 특히 그에겐 ‘남다른’ 경영기법이 있었다. 

앞서 언급한 소크라테스의 ‘질문 경영’과 일맥상통한 ‘왜(Why) 경영’이 그것이다. 조 후지오 회장은 후배 경영자들에게 자신의 경영노하우로 왜 경영을 꼭 언급했다.    

“여러분들이 경영자라면 직원들에게 5번 'Why(왜)'라는 질문을 해보세요. 사업현장의 말단직 사원에게 가서 ‘당신은 왜 이 일을 하고 있나’고 물어보라는 겁니다. 만약 그 사원이 5번이나 ‘왜’라는 질문에 연속적으로 답변할 수 있다면 당신이 경영하는 회사는 정말 훌륭한 회사임이 틀림없습니다.”

 도요타의 글로벌 전성기를 이끈 조 후지오 전 회장. [사진=Wikimedia Commons]
 도요타의 글로벌 전성기를 이끈 조 후지오 전 회장. [사진=Wikimedia Commons]

조 후지오 회장은 “결함이 있는 자동차는 출고되지 않는 것이 다른 생산 방식과 다른 점이고 도요타가 오늘날과 같이 결함이 적은 차라는 명성을 쌓게 된 비결”이라며 결함을 줄이는데 주력했다. 당연히 결함을 줄이는 과정에서 ‘질문경영’은 크게 관여했다.

“도요타 생산방식의 핵심은 작업 중 결함이 발생할 때 작업자가 작업대에 설치된 정지 끈을 잡아 당겨 조립 라인을 멈추고 문제점을 찾아 해결한 뒤 다시 작업에 들어가는 것이죠. 단 문제점을 찾고 해결하는 과정에서 담당자들간 수많은 질문들이 오가게 됩니다.”

조 후지오 회장은 기업경영에서 개선할 점이 무엇인지 알기 위해선 왜(Why)라는 질문을 최소한 5번쯤은 직원들에게 해봐야 한다며 ‘왜 경영’을 도요타 성공의 비결이라고 강조했다.  

실제 조 회장 자신도 입사초기 사원시절에 가장 많이 들은 말이 ‘직접 보았는가?’ 와 ‘왜?’라는 말이었다고 한다. 


◆ 인생을 바꿀 수 있는 '질문 하나'


경영도 경영이지만 ‘질문’ 하나가 인생을 바꿀 수도 있을까? 정답은 ‘그렇다’이다.

‘현대경영의 아버지’로 평가받는 피터 드러커는 어렸을 때 선생님으로부터 받은 질문을 평생 마음에 새기며 살았다고 한다. 

 “너는 무엇으로 기억되기를 바라니?” 

그의 선생님이 아이들에게 이렇게 묻자 아무도 대답을 못했고 선생님은 웃으면서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지금은 대답하지 못해도 괜찮다. 그러나 50세가 되어서도 이 질문에 대답을 못한다면 그건 네 삶을 낭비했다는 뜻이란다.”

피터 드러커는 어렸을 때 받은 이 질문 하나를 마음에 새기며 현대 경영학의 거장이 되었고 그가 세상을 떠난 지금까지도 그의 이론은 많은 기업 CEO들에게 ‘정석’으로 평가받는다. 질문은 때로는 한 기업을 위기의 ‘수렁’에서 건져내는 ‘막대기’와 같은 역할을 하기도 한다. 

미국 몰트아메리카스사의 더그 이든 회장은 위기상황의 회사를 정상으로 올려놓은 후 이렇게 말했다. 

"처음 부임했을 때 몰트아메리카스는 적자를 내고 있었어요. 그러나 4년 뒤 우리는 성공을 거두었습니다. 나는 질문하는 능력 덕분에 성공했다고 믿어요. 그리고 질문에 흔쾌히 대답해준 고객의 힘이 컸다고 봅니다. 우리 사업은 매우 복잡해서 협력이 없으면 해답을 찾을 수 없거든요.” 

 '당신은 어떤 사람으로 기억되길 바랍니까'라는 대답에 50세가 되어서도 대답을 못한다면 그건 자신의 삶을 낭비했다는 뜻이 된다. [사진=프리픽]
 '당신은 어떤 사람으로 기억되길 바랍니까'라는 대답에 50세가 되어서도 대답을 못한다면 그건 자신의 삶을 낭비했다는 뜻이 된다. [사진=프리픽]

질문은 다방면에서 ‘힘’을 갖고 있다. 국민대의 이호선 교수(법학과)는 자신의 저서 <질문이 답이다>에서 질문의 기능을 크게 세 가지로 언급했다. 첫 번째는 ‘낚시 바늘’로서의 질문이고, 두 번째는 ‘호미’나 ‘괭이’로서의 질문, 그리고 마지막은 ‘쇠갈고리’로서의 질문이다.

우선, 낚시 바늘로서의 질문은 밖으로 향한다. 다른 사람에게 하는 적절하고 의미있는 질문은 그 사람들과 좋은 관계를 맺게 한다. 이를 통해 성공적인 직장생활과 사회생활을 할 수 있게 하는 것이다. 

둘째, 호미로서의 질문은 자기를 갈아엎어 토양을 풍부하게 하는 ‘자기경작’의 질문이다. 인생을 풍요롭게 하고 건강하게 하기 위해서는 여러 질문들이 꼭 필요하다. 증자(曾子)도 몸과 마음을 갈고 닦기 위해 자기 자신에게 하루에 세 번씩 물어 반성했다고 한다(一日三省). 

‘남을 위해 일을 함에 있어 충실치 못하지 않았는가?’ 

‘벗들과 사귀는 데 있어 신의를 잃은 일은 없었는가?’

‘배운 것을 복습하지는 않았는가?’ 

(爲人謀而不忠乎 與朋友交而不信乎 傳不習乎)

마지막 쇠갈고리로서의 질문은 자신과 남을 후벼 파는 역기능의 질문이다. 하지 않느니 못한 질문으로 무심결에 자신과 상대방에 큰 상처를 입힐 수 있다. 

질문을 하면 스스로 생각하게 된다. 고정관념과 편견을 깨뜨리고 ‘의미’를 찾아갈 수 있다. 삶의 가장 작은 것에서부터 의미를 찾아갈 수 있다면 행복도 그리 멀리 있지 않을 것 같다. 

김진욱 뉴스캔 발행인
김진욱 뉴스캔 발행인

 

저작권자 © 뉴스캔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