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날의 경영자들에게 위기를 헤쳐갈 수 있는 ‘슬기’를 제공하는 것도 바로 철학이다. [사진=프리픽]
오늘날의 경영자들에게 위기를 헤쳐갈 수 있는 ‘슬기’를 제공하는 것도 바로 철학이다. [사진=프리픽]

요즘 연예인들은 힘들다. 인터넷이 등장하지 않았을 때만 하더라도 그나마 연예계 활동에만 전념할 수 있는 여건이 형성되었지만 지금은 그렇지 못하다.  

자신을 둘러싼 기사의 ‘악플’에 상처받을 수도, 자신도 모르는 사이 사진이 찍혀 자신의 모습이 인터넷을 떠돌아다닐 수도 있다. 이래저래 과거에 비해 인기관리가 여간 쉽지 않아진 셈이다. 오죽했으면 지나친 악플에 대항해 형사 고소하는 연예인들도 적지않다.   

조직의 원활한 운영을 위해 CEO는 끊임없이 쇄신해야 한다. 본인은 물론 기업 구성원 모두의 생산성을 높이는 일이 되기 때문이다

정보기술(IT)의 발전으로 연예인과 일반인들과의 쌍방향 커뮤니케이션이 활발해진 것은 좋은 면이 있지만, 이처럼 부정적인 면도 존재한다. 기업경영자들 역시 같은 처지다. 

과거에 비해 정보화 속도가 빨라지면서 업무에 있어 많은 혜택을 받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복잡하고 다양화된 첨단시대인 만큼 오히려 크고 작은 난관에 직면하는 경우가 잦아졌다. 과거에 비해 훨씬 더 위기상황에 노출되는 경우가 많아진 것이다.  

이런 점에서 오늘날의 경영자들에게 위기를 헤쳐갈 수 있는 ‘슬기’를 제공하는 것도 바로 철학이다. 실제 수많은 어려움을 극복하고 뛰어난 경영성과를 이뤄낸 국내외 CEO들을 살펴보면 자신만의 확고한 경영철학을 뿌리로 삼고, 이를 경영에 접목한 이들이 많다.    

 포브스에 실린 윤종용 전 삼성전자 부회장. [사진=포브스]
 포브스에 실린 윤종용 전 삼성전자 부회장. [사진=포브스]

삼성전자를 초일류 기업으로 성장시키는데 주도적인 역할을 한 윤종용 전 부회장은 재직시절 ‘한국의 간판급 CEO’ 답게 <포춘>의 ‘아시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비즈니스 리더 25인’ 중 5위에 선정된 적이 있다. <포브스>는 그에 대해 ‘10년전 무기력하고 독창력 없던 삼성전자가 언덕에서 굴러 내려오는 눈덩이 같은 존재가 되었다’는 평가를 이끌어 낸 장본인으로 꼽기도 했다.      

무려 16여년간 삼성전자의 사령탑을 맡았던 그가 글로벌 리더의 반열에 오를 수 있었던 것은 ‘망하지 않으려면 항상 위기감을 가져라’라는 그 만의 독특한 경영철학이 있어서였다. 평소 ‘삼성도 파산할 수 있다’는 위기의식을 갖고 잘 나갈 때일수록 더욱 조심해야 할 것을 임직원들에게 당부한 그는 본인 스스로도 ‘혼돈 제조기(Chaos-maker)’라고 말할 만큼 기업경영에서 위기의식을 가지는 것이 중요하다는 점을 항상 설파했다. 

윤 전 부회장이 위기가 오기 전에 위기를 대비한 케이스라면 ‘경영의 신’으로 불리는 GE의 잭 웰치와 스콧 페이퍼의 CEO 던롭의 비교 사례는 위기 상황이 직면했을 때 경영자의 철학적 주관이 어떤 역할을 하는 지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1994년 미국 스콧 페이퍼의 CEO로 취임한 던롭은 비용삭감을 내세워 재임기간 동안 전체 직원의 30% 수준인 1만2000명을 대량 해고했다. 취임 이틀 만에 11명의 고위 임원 중 9명을 잘라내기도 해 ‘전기톱’이라는 별명까지 얻었다. 그러나 던롭은 채 ‘20개월’을 채우지 못하고 CEO 자리에서 물러났으며, 1995년말 스콧 페이퍼마저 경쟁사인 킴벌리 클라크에 매각되고 말았다. 

 잭 웰치 전 GE 회장 [사진=Daily beast]
 잭 웰치 전 GE 회장 [사진=Daily beast]

반면 ‘20년’ 이상을 장수하며 재임기간 내내 GE를 세계 최고의 기업으로 만든 잭 웰치의 구조조정에 대한 철학은 던롭과 확실히 달랐다. 잭 역시 ‘중성자탄’이라는 별명을 얻으며 수익성이 없는 부문은 과감히 팔아버리고 직원 평가를 통해 무능한 직원을 솎아냈지만 오랜 기간 장수하고 명예롭게 은퇴한 CEO로 기억되고 있다.  

눈앞에 닥친 급한 일에 너무 휘둘리지 말고 장기적인 전망을 기획하며 자신의 심신을 단련하는 기업 경영자의 모습을 가져라 

이 두 CEO의 차이는 바로 경영자의 관(觀)에 있다. 미국 남가주대의 워런 베니스 교수는 이를 가리켜 ‘명확한 목표 설정의 차이’라고 표현했다.

“웰치가 대규모 구조조정과 같은 위기상황에서 ‘우리는 1, 2등만 키운다’는 명확한 비전을 제시해 직원들의 공감을 얻어낸 반면, 던롭은 원칙없이 성과향상을 위한 단기적 대응에 그쳤다.”

같은 구조조정이라 하더라도 어떤 철학과 원칙을 갖고 임했느냐에 차후 성과가 달라진다는 얘기다. 구조조정 얘기가 나왔으니 일본의 경우도 생각해보자. 

파나소닉의 창업자인 마쓰시타 고노스케는 ‘위기극복의 신(神)’으로 평가받는다. 그는 23살에 회사를 창업해 94세로 사망할 때까지 무려 70여 년간을 그만의 독특한 경영철학으로 불황을 극복해냈다.  

1929년 대공황 당시 회사는 매출 급감과 함께 쌓여만 가는 재고로 위기상황에 처했다. 그 때 한 간부는 “종업원을 반으로 줄여야합니다”라며 그에게 충언했고 당시 병상에 누워있던 고노스케는 이렇게 대답했다.

“나는 장래에 마쓰시타를 더욱 키우고 싶다. 때문에 한 사람도 해고해서는 안 된다. 모두가 힘을 합쳐 위기를 헤쳐 나가면 되기 때문이다.”

그의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회사는 생산을 반으로 줄이고, 반일 근무라는 특단의 조치를 취했다. 직원의 월급은 전액 지급하는 대신 휴일에도 전 사원이 재고품을 팔기로 했다.

그의 이 같은 선택은 머지않아 긍정적인 성과로 돌아왔다. 2개월 후 재고는 모두 처리되었고 직원들의 사기는 충만해진 것이다. 

김진욱 뉴스캔 발행인
김진욱 뉴스캔 발행인

 

저작권자 © 뉴스캔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