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악산 케이블카 41년 만에 통과, 사업추진 확정
일부 지자체, 환경문제로 중단됐던 사업 재개 조짐
시민단체 “환경 훼손하는 케이블카 설치 철회하라”

[사진=픽사베이 제공]
[사진=픽사베이 제공]

[뉴스캔=신아랑 기자] 관광객 유치를 통한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해 각 지자체가 케이블카 설치 사업을 추진하면서 환경파괴를 우려하는 시민단체와의 첨예한 갈등이 지속되고 있다.

착공 준비 중인 설악산 국립공원 오색케이블카 사업이 대표적이다. 

설악산 케이블카는 지난 1982년부터 시작된 강원도민 41년 숙원사업으로, 지난 2월 환경부의 환경영향평가를 통과해 사업추진이 확정됐다. 환경 부문 관련 협의과정에서 제동이 걸려 수년간 중단된 사업이 극적으로 시작된 것.

이번 사업 확정에 따라 오색지구와 끝청을 연결하는 총연장 3.3㎞에 걸쳐 8인승 곤돌라 53대가 순환하는, 1 선식 자동순환식으로 들어설 예정이다.


◆ 녹색연합 "국민 10명 중 6명, 설악산 케이블카 설치 반대" 설문 발표


하지만 환경 시민단체들은 자연환경 훼손을 이유로 강력하게 반대하고 나섰다.

녹색연합은 설문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설악산 케이블카 설치의 부당성을 강조했다. 국민 10명 중 6명이 설악산 오색케이블카 설치 등 관광지 개발사업을 반대한다는 것이다. 

실제 녹색연합이 코리아리서치에 의뢰해 지난 4월 국민 1000명에게 ‘설악산 관광 활성화를 위한 케이블카 설치 등 개발사업’에 대한 입장을 물은 결과 ‘반대’가 58.1%, ‘찬성’이 41.9%로 조사됐다.

국민 대다수가 자연훼손 심각성에 공감한 것이다. ‘자연환경을 보호해야 한다는 의견에 얼마나 동의하느냐’는 질문에 응답자 98.3%가, ‘폭염·한파·홍수 등 기후변화로 인한 문제가 얼마나 심각하다고 생각하느냐’는 물음에는 98.4%가 공감했다.

또 ‘현재의 자연환경을 충분히 누리고 있는지’에 대한 답변은 56.8%만이 ‘그렇다’고 했고, ‘현재의 자연환경을 미래에도 누릴 수 있다고 생각하는지’에 대한 질문에서 75.9%가 ‘그렇지 않다’고 답해 자연환경 훼손에 대한 우려를 내비쳤다.

설악산 케이블카 확정 소식이 전해지자 '케이블카 설치 반대' 팻말을 들고 있는 한 시민의 모습. [사진=환경운동연합 홈페이지]
설악산 케이블카 확정 소식이 전해지자 '케이블카 설치 반대' 팻말을 들고 있는 한 시민의 모습. [사진=환경운동연합 홈페이지]

설악산 케이블카 설치 허가가 확정되자 환경운동연합 측도 즉각 성명서를 내고 “설악산을 그대로 두라는 국민의 바람과 전문기관의 거듭된 부정평가를 정부가 무시했다"며 "환경부에 더 이상 국립공원의 내일을 맡길 수 없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설악산을 시작으로 전국 국립공원 개발의 빗장이 열릴 것이다. 이에 대해 우리는 명명백백하게 판단하고 그에 맞선 강력한 저지 투쟁을 전개할 것임을 분명히 밝힌다”고 강조했다.

환경운동연합은 앞서 2월 기자회견을 통해 “설악산은 국립공원, 천연보호구역, 백두대간보호지역, 산림유전자원보호구역, 유네스코 생물권보전지역 등 다양하고 중첩된 보호지역으로 살아간다”며 “오색케이블카는 끊임없이 설악산을 위협하고 파괴하며 보호지역의 가치를 사라지게 할 것”이라고 우려를 표명하기도 했다.

설악산 오색케이블카 조건부 승인에 전국 지방자치단체들이 그동안 추진했다가 환경문제 등으로 중단됐던 케이블카 사업이 재개에 나섰다.


지리산 케이블카, 보문산 케이블카 놓고도 시민단체와 갈등 격화


지리산 케이블카 역시 재추진 중이다. 

박완수 경남도지사는 지난 3월 기자간담회에서 “우리 지역 숙원이었던 지리산 케이블카 사업을 본격적으로 추진할 것”이라며 “과거 자료 등을 분석해 중앙정부에 케이블카 설치를 건의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이에 진주환경운동연합 관계자는 “우리나라 허파 역할을 하는 지리산 파괴를 그냥 보고 있을 수 없다”면서 “지리산 케이블카 반대 공동행동 조직을 재정비해 케이블카 설치를 반드시 저지하겠다”고 반발했다.

대전시도 케이블카 설치를 두고 시민단체와 갈등의 골이 깊어지고 있다.

지난달 25일 이장우 대전시장은 시정 브리핑을 통해 “보문산에 케이블카와 워터파크를 조성하는 ‘보물산 프로젝트’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보문산 개발은 역대 시장들의 공약사업이었으나 20여 년째 답보상태였다. 수익성 문제와 환경 훼손 우려가 발목을 잡으며 추진되지 못했다.

환경운동연합이 기자회견을 열고 설악산 케이블카 설치 반대를 두고 기자회견을 열어
환경운동연합이 기자회견을 열고 설악산 케이블카 설치 반대를 두고 기자회견을 열어 "설악산을 파괴하고 보호지역 가치를 사라지게 할 것"이라며 반대 목소리를 냈다. [사진=환경운동연합 홈페이지]

이를 의식이라도 한 듯 이 시장은 “산림이 양호한 녹지공간은 보존하고, 기존 시설이나 훼손부지를 최대한 활용하며 공사 중 불가피하게 훼손된 부지는 복원도 병행해 시민들께서 염려하시는 일이 없도록 환경 훼손 최소화로 추진할 계획”이라고 환경 훼손 최소화를 강조했다.

이 같은 계획이 발표되자 대전·충남 녹색연합과 대전환경운동연합 등 시민단체는 기자회견을 열고 “대전시는 환경을 훼손하는 보문산 개발계획을 철회하고 시민 의견을 묵살하는 행동을 중단하라”고 개발 중단을 촉구했다.

대전 시민단체로 구성된 보문산 도시여행인프라조성사업 중단 시민대책위원회는 “지난 25일 대전시가 발표한 ‘보물산 프로젝트’는 지금까지 선거 때마다 나오던 보문산 개발 공약과 다르지 않다”며 “케이블카와 고층 타워, 워터파크와 숙박 시설 두 방향으로 민간자본을 유치하겠다고 하지만 구체적인 실행 방안이 없다”고 지적했다.

이외에도 광주 무등산 케이블카, 울산 케이블카와 영남알프스 케이블카, 문경 케이블카 등 각 지자체들이 케이블카 설치 계획을 살펴보거나 설계에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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