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적법, 전문인력법 개정 등으로 '이민자 20% 시대' 맞아

우리나라 연간 출생아 수는 지난해 기준 24만9000여 명으로, 불과 10년 만에 반토막 났다. 지난해 결혼 건수도 19만2000여 건으로 10년 사이에 70% 수준 줄었다. 3인 이상 기혼 세대는 줄고, 65세 이상 '실버 세대'는 늘어 오는 2025년이면 고령층 인구가 전체 인구의 20% 이상을 차지하는 초고령화 사회로 진입할 전망이다. 이에 정부는 저출산과 고령화 속도를 늦추기 위해 각종 정책들을 쏟아내고 있지만, 인구 구조 편중을 막기엔 역부족인 현실이다. 이런 가운데, 최근 이민정책에 대한 논의가 급물살을 타고 있다. 인구 감소에 따른 생산인력 부족 문제를 해외인구 유입에서 해답을 찾아야 한다는 시각이 확산하면서다. 이에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미국, 유럽, 일본 등 해외 주요국들에게도 이민정책 확대는 '선택'이 아닌 '필수'인 시대가 도래하고 있다. <편집자 주>

 

※ 글 싣는 순서

①일본 / 입국문 '활짝'...체류 외국인 300만 돌파

②미국 / 전문직 이민 '관대'...불법 입국 '깐깐'

③캐나다 / 인구절벽 '남 얘기'...인구 20%가 '이민자'

④독일 / 법 바꾸고 난민 품고...'이민 편한 세상' 구현

⑤호주 / 백호주의 '닫고' 문호 '열고'...세계 3위 이민국 '우뚝'

⑥프랑스 / 유럽 이민 '선구국'...사회 주류층 진입은 '숙제'

  [일러스트=이하나 기자]
  [일러스트=이하나 기자]

[뉴스캔=박진용 기자] 해외 선진국들은 최근까지도 반(反)이민 정서와 자국 우선주의가 뿌리깊었다. 다민족의 상징인 미국조차도 중대 선거철이면 어김 없이 외국인의 일자리 잠식과 범죄 양산, 복지혜택 빼먹기를 견제해야 한다는 포퓰리즘 구호가 등장했을 정도다.

그러나 이들 선진국은 저출산, 고령화라는 지구촌 공통과제에 봉착하자 이민정책에 대한 시각을 달리하고 있다. 외국인 유입을 억제했던 폐쇄적 기조에서 자국 노동력 보존 및 증강을 도모하기 위해 빗장을 여는 포용적 이민정책으로 방향타를 돌리고 있는 것.

여기에 미래형 첨단산업 기술력과 무역 패권 등을 놓고 국가 간 총성 없는 전쟁이 지속됨에 따라 '테크 리더형' 인재 육성·영입도 각국의 주요 이슈가 됐다. 이는 자국민 만으론 급변하는 국제사회에서 도태될 수밖에 없다는 인식으로 확대되면서 선진국들의 문호 개방이라는 결과물을 낳았다는 분석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가입국 평균 출산율 1.6명 시대다. 우리나라는 OECD 가입국 출산율 평균의 절반도 안 되는 0.78명으로, OECD 최하위 출산율이라는 불명예와 함께 인구절벽이라는 재앙적 리스크를 품고 있다. 2030년이면 생산인구가 지난 2020년과 비교해 무려 7%가량 감소할 것이란 관측이 나오는 상황에서 결혼률과 출산율 제고가 급박한 상황이지만 정부도 뚜렷한 해법을 찾지 못한 모습이다.  

이에 전문가들은 당장 출산율을 끌어올리기 어렵다면 최근 북미·유럽 선진국들과 마찬가지로 개방적 이민정책을 펴 인구 감소분을 메워야 한다고 제언한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도 최근 "이민정책에 성공했다고 단언할 수 있는 선진국은 없지만, 이민정책을 하지 않는 선진국은 없다"라며 "지금 시기를 놓치면 10년 뒤에 왜 그때 하지 않았는지 원망받고 후회하게 될 것"이라고 이민정책 활성화론을 폈다.

한 장관의 말대로 영국, 프랑스, 독일, 미국, 캐나다, 일본 등 해외 선진국들은 일찌감치 관련 제도 및 법령을 바꾸는 등 이민 규제 완화에 공을 들여 왔다. 그렇다면 해외 선진국들의 이민정책은 어떨까.


◆ 獨, 자국민 '순혈주의' 내려놓고 문호 '활짝'...이민자 20% 시대 맞아


독일은 꾸준한 이민법 개정을 통해 자국에 최적화된 이민정책 수립에 골몰해 왔다. [사진=프리픽 제공]
독일은 꾸준한 이민법 개정을 통해 자국에 최적화된 이민정책 수립에 골몰해 왔다. [사진=프리픽 제공]

1990년대 서독·동독이 통일된 이후 독일의 출산율은 감소세에 접어들었다. 특히 1994년에는 출산율이 1.2명대까지 떨어지면서 저출산이 심각한 사회 문제로 부각되기 시작했다. 이는 생산인력 부족에 따른 국가 발전 저해라는 정부의 고민으로 이어졌고, 결국 독일 정부는 이민정책으로 이를 극복하자는 해법에 이르렀다. 이에 독일은 자국민 중심이라는 '순혈주의'를 내려놓고 문호를 개방하기 시작했고, 전문직 또는 기술 숙련자 수용을 위해 이민법을 바꿔가고 있다.

독일 연방통계청에 따르면 독일 총인구는 지난해 역대 최대인 8430만여 명인 것으로 파악됐다. 이는 전년 대비 110만 명가량 늘은 수준이다. 이처럼 독일이 최근의 글로벌 인구 감소 추이를 역행할 수 있었던 배경엔 이민자가 있다. 

이민자는 약 2020만 명으로, 이 또한 전년 대비 6.5%에 해당하는 650만 명이 증가한 수치다. 이로써 독일은 현재 이민자 비중 20% 시대를 맞은 것이다. 시리아 등 중동지역 내전에 따른 난민이 대거 발생했고, 이를 독일 정부가 적극 수용한 데 따른 현상이라는 분석이다. 2015년에는 독일이 난민을 대거 거둬들이면서 약 71만 명의 인구가 늘었다. 이처럼 독일은 EU(유럽연합) 중 가장 포용적인 난민 정책을 펴고 있다.  

이와 함께 독일은 난민 등 이민자를 자국과 동조화시키기 위한 다양한 정책들을 펴고 있다. 대표적으로 이민자들을 위한 '전일제 학교'가 있다. 전일제 학교는 독일 인구의 20%를 상회하는 외국인 이민자들을 대상으로 기존 자국민에 준한 정규 교육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정책으로, 언어 교육을 비롯해 문화적 이질감을 해소하기 위한 각종 교과목도 이에 포함된다.

아울러 독일 정부는 외국인 이민자 증가에 적극 대응하기 위해 다가오는 2026년부터는 자국의 모든 초등학교를 대상으로 전일제 학교 프로그램을 적용키로 했다. 다민족 국가의 인종·문화·언어 장벽에 따른 내분 사례를 자국에서 만큼은 없도록 하겠다는 독일 정부의 의지가 담긴 유화 정책인 셈이다. 또한 외국에서 유입된 이민자들과의 화학적 결속을 도모하려는 각별한 노력이기도 하다.  


◆ 170만 일자리 공백에 해외 기술자 활용이 화두


독일에게 이민자들의 노동생산성은 국가 발전의 원동력이 되고 있다는 평가다. 독일 정부에 따르면 현재 독일 내 산업현장 일자리 공백은 역대 최대 규모인 약 170만 개에 이른다.

이에 독일은 기술 숙련공 또는 전문직 외국인을 적극 영입하는 한편, 이민자들을 노동생산인구로 키워내는 데 각별한 공을 쏟고 있다. 언어와 문화를 일정부분 공유한 EU 출신뿐만 아니라 비유럽권 출신 이민자들 역시 자국의 잠정 노동력으로 인식하고, 이들을 육성·고용하는 이민정책 수립에 방점을 둔 것이다.    

지난해 기준 독일 연방정부에 공식 등록된 EU 외 비유럽권 이민자 출신 노동자만 35만여 명으로, 2012년과 비교해 10년 만에 무려 10만여 명이 늘었다. 이는 자국민 생산인력으로는 작금의 산업현장 인력 공백을 해소하기 힘들다는 정부 인식에서 기인한 결과라는 게 연방정부 측 설명이다.    

실제로 독일은 폭 넓은 이민자 수용을 위해 관련법들을 전폭적으로 개정했다. 2000년 독일은 국적법 개정을 통해 출신지와 무관하게 합법적으로 체류 중인 외국인의 경우 8년의 거주기간을 채우게 되면 시민권 취득이 가능토록 했다.

여기에 독일은 지난 2020년부터 외국인의 체류, 취업 폭을 넓힌 '전문인력이주법'을 시행 중이다. 전문직 외국인이 모국에서 인정하는 자격증으로도 독일에서 동등하게 경력이 입증되는 만큼, 자격증명을 대폭 완화한 법으로 전문직 외국인의 체류 및 취업길이 활짝 열린 셈이다. 

또 기존에는 외국인 전문 인력의 경우 관련 학위 등 증빙자료가 있어야만 독일 내 취업이 가능했지만, 지금은 직업 훈련만 이수하면 취업이 가능하다. 특히 독일 내 인력 수급이 시급한 직종에 대해선 외국인 전문인력의 자격 인정 여부와 무관하게 최대 8개월의 독일 내 취업활동으로도 노사 협약 체결이 가능토록 했다.  

나아가 독일은 지난 6월 의회를 통과한 '이주노동자 유치법' 시행으로 EU 출신이 아닌 이주자들도 최대 1년의 독일 체류기간만 입증되면 구직이 가능토록 했다. 구법에 따르면 독일에서는 EU 출신이 아닌 외국인에 대해서는 자국 고용주의 채용 입증이 이뤄져야만 취업이 가능했다. 이는 반도체 등 첨단산업군에 종사하는 고급 전문직 인력을 독일로 유입시키기 위한 조치다. 

이렇듯 독일은 난민 등 외국인 유입을 국가경제 발전에 적극 활용하기 위한 정책들을 펴고 있다. 독일은 EU국 중에서도 가장 활발한 난민 수용 기조와 해외 기술자 영입책을 펴고 있는 만큼, 인구절벽 해소는 물론 반도체 등 첨단산업 패권 경쟁에서도 우위를 점할 수 있는 기반이 탄탄해지고 있다는 평가다. 이에 최근 이민정책 수립 필요성을 절감한 한국 정부도 독일의 이민정책을 적극 벤치마킹하고 있다는 후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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