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대 시중은행 가계대출 잔액, 전월比 3.4조 증가...이자 연체율도 늘어

금융권에 따르면 최근 금리 인상 속도가 빨라지는 가운데, 가계대출도 꾸준히 증가세에 있어 서민금융이 코너에 몰렸다는 진단이 나온다. [사진=프리픽 제공]

[뉴스캔=박진용 기자] 10월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에서 가계대출 잔액이 3조 원 이상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아울러 은행권 대출 연체율이 지난 8월 기준 3년 6개월여 만에 최고치를 갱신한 것으로 집계돼 민생경제가 점차 코너로 몰리고 있다는 진단이 나온다.

국내 시장·대출 금리가 고공행진을 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렇듯 가계대출 증가세도 이어지면서, 서민경제가 고금리 대출에 허덕일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금융권에선 당분간 금리 인하가 없을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26일 정부 금융당국과 금융권 등에 따르면 국내 5대 시중은행의 이달 19일 기준 가계대출 누계잔액은 총 685조7321억 원으로, 전월(682조3294억 원) 대비 3조4027억 원 늘었다.

특히 주택담보대출의 경우 이달 520조5402억 원으로, 전월(517조8588억 원)보다 2조6814억 원 증가하며 가계대출 증가폭을 견인했고, 지난달 1조 원대의 감소세를 보였던 신용대출도 이달 들어 8871억 원가량 늘며 반등했다. 이는 가을에 접어들면서 결혼·이사 시즌이 도래하며 주택 수요가 증가한 데 따른 현상으로 풀이된다.

문제는 대출금리 상승세가 심상찮다는 점이다. 올 하반기 가계대출 증가세가 이어지고 있는 와중에 금리도 동반 상승하면서, 서민들의 대출이자 부담은 증폭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지난 20일 기준 KB국민·신한·하나·우리은행의 주택담보대출 고정금리는 연 4.2∼6.7% 수준으로, 전월(연 3.9∼6.4%) 대비 0.3%포인트 오르면서 4%대를 갱신했다. 동 기간 신용대출 금리(1등급 기준)도 연 4.6~6.6%로 전월 대비 0.06%포인트 올랐다.

통상 주담대·신용 대출의 경우 핵심 지표인 은행채 금리 변동에 민감하다. 실제로 이달 은행채는 5년물과 1년물 금리가 각각 0.270%포인트, 0.060%포인트씩 상승하면서 양대 대출 금리도 상승흐름을 가져간 것으로 보인다.  

이와 함께 미국의 국채 금리 상승 여파도 국내 금리를 요동치게 할 수 있는 요소로 지목된다. 이들 시중은행의 주담대 변동금리 또한 이달 기준 연 4.5~7.1%로, 전월 대비 0.2%포인트(상단) 올랐다. 

아울러 여신금융협회에 따르면 신용카드사도 대출금리 인상에 나선 것으로 파악된다. 8개 카드사(신한·삼성·현대·롯데·KB국민·우리·하나·비씨카드)의 지난달 기준 단기카드대출 평균 금리는 17.51%로, 전월(17.46%)과 비교해 0.05%포인트 올랐다.

서민경제의 위기 시그널은 이뿐만이 아니다. 대출금리 상승에 고금리 이자 감당이 힘들어진 채무자들이 대출이자를 체납하는 사례가 늘고 있는 것.

지난 25일 금융감독원은 지난 8월 말 기준 국내은행 원화 대출 연체율(1개월 이상 원리금 연체 기준)이 전년동월(0.24%) 대비 0.19%포인트 오른 0.43%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이로써 은행 대출 연체율은 3년 6개월만에 최고치를 찍었다. 

역대 대출 연체율 저점은 지난 2020년 2월(0.43%)로, 3년 6개월 만에 동률을 기록하며 연체율 저점을 다시 찍은 셈이다. 앞서 지난 7월 대출 이자 연체율도 전월(0.39%) 대비 0.04% 늘며 지난 8월까지 두 달째 상승곡선을 그리고 있다.

대출 종류별로 살펴보면 지난 8월 가계대출 연체율은 전월(0.36%)보다 0.02%포인트 상승한 0.38%였다. 가계대출 중에서도 주담대 연체율은 0.24%, 신용대출 연체율은 0.76%를 기록하며 상승세를 보였다. 

금융권 관계자는 <뉴스캔>과의 통화에서 "올해 은행 대출이자 연체율 흐름은 아직 과거 장기 평균치보다 낮은 상태이긴 하나, 고금리가 지속되면서 점차 변동성이 커지고 있다"면서 "글로벌 경기 상황을 예의주시하며 은행 대출에 신중을 기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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