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착취 일삼는 거대기업 쿠팡의 민낯

광고에 따라 표기된 액수는 조금씩 다르지만 대체적으로는 대동소이하다. 쿠팡에서는 아주 손쉬운 일만 해도 돈을 벌 수 있다는... 다급한 사람들이 혹하기에 이보다 더 좋은 게 있을까. 광고학적으로 보면 참 잘 만든 광고다. 그게 사실이 아니라서 그렇지. [이미지=쿠팡]
광고에 따라 표기된 액수는 조금씩 다르지만 대체적으로는 대동소이하다. 쿠팡에서는 아주 손쉬운 일만 해도 돈을 벌 수 있다는... 다급한 사람들이 혹하기에 이보다 더 좋은 게 있을까. 광고학적으로 보면 참 잘 만든 광고다. 그게 사실이 아니라서 그렇지. [이미지=쿠팡]

그리 좁지도 않은 집인데 날이 갈수록 비좁게만 느껴지는 이유는 뭘까? 이유는 간단하다. 하루가 다르게 쌓여가는 잡다한 물품들 때문이다. 필요에 의해 사들였지만 시간이 지남에 따라 가치가 소멸하게 되고 그럼에도 차마 버리지 못하고 쌓아두다 보니 집안의 공간들을 야금야금 잠식하게 되는 것.

버려야지 버려야지 하면서도 그에 깃든 추억이 안타깝다는 이유로 차마 내치지 못하고 살아가는 이들이 부지기수다. 그래도 적당한 때가 오면 하나둘 버리기 마련이다. 입지 않는 옷은 집 근처 의류함에 버리고 읽지 않는 책은 쓰레기 분리수거일에 집 앞에 놓아두는 것처럼. 

꼭 집만 그런 건 아니다. 인간의 정신 역시 크게 다르지 않다. 주변사람들과의 소소한 갈등이나 회사에서의 업무 스트레스 따위가 쌓이고 쌓이다 보면 더는 감당할 수 없는 때가 오기 때문이다. 그럴 때면 집안 물품 버리듯 서둘러 버리는 게 옳지만 인간의 정신은 그렇듯 단순하게 정리할 수 있는 게 아니란 게 문제다.

그래서 사람들은 저마다의 방법으로 그를 정리하기 위한 노하우를 찾는 것일 테고. 누군가는 술을, 누군가는 여행을, 또 누군가는 운동을 하기도 하는 이유다. 방법은 다르지만 결국 목적은 하나다. 헝클어진 머릿속을 정리하는 것. 필자에게도 그런 방법이 있다. 바로 몸을 혹사시키는 것이 그것이다. 

평균적인 사람이라면 이럴 때 가장 요긴하게 쓰이는 것이 격한 운동이겠지만 필자는 조금 다른 방법을 선호한다. 어린 시절부터 종종 사용했던 방법인데 단순하고 격한 노동을 하는 것이다. 그래서 이삿짐도 날라봤고 공사장에서 삽질도 했었다. 그러나 나이가 들고 사회 구조가 바뀌다 보니 그를 활용하는 게 현실적으로 어려워졌다.

덕분에 최근 들어서는 더 이상 쌓아둘 수 없을 만큼의 잡동사니들이 필자의 뇌를 가득 메우고 있는 상황이었다. 이젠 이삿짐을 나를 수도, 공사판에 나갈 수도 없는 상황. 바로 그때 필자의 눈에 들어온 건 유튜브에서 본 한 광고였다. 누구나 할 수 있다는 그 일, 로켓배송으로 전 국민을 매료시키고 있는 쿠팡의 일용직 모집 광고였다. 이 나이의 인간도 받아준다는 말에 혹했다. 그래서 신청했다.


◆ 6시간동안 단 1분도 쉬지 못하는 극한의 노동강도


쿠팡에서 일하고 싶다는 의사를 밝히는 과정은 지극히 간단했다. 복잡하게 이력서를 쓸 필요도 없었고 몇날며칠 머리를 싸잡게 만든다는 자기소개서를 쓸 필요도 없었으니까. 그저 자신의 이름과 전화번호를 기재하는 것이 다였다.

물론 쿠펀치라는 앱을 깔고 희망근무일을 클릭하긴 했지만. 바로 그날 저녁 문자가 날아왔다. 신분증을 지참하고 고양1센터로 오라는 것. 친절하게도 교통편까지 제공한다는 쿠팡의 문자를 보면서도 너무 쉬운 거 아닌가 의심마저 들 정도였지만 정말로 그랬다.

다음날 겨울 추위에 발을 동동거리는 일단의 사람들과 함께 쿠팡에서 제공하는 버스를 타고 현장으로 향했다. 필자처럼 처음 일을 하는 사람의 수는 모두 59명이었다. 택배 업무의 악명을 알음알음 전해들은 이들의 표정이 밝을 리는 없었다. 그래도 해야만 하는 사연을 지닌 사람들이었으니 그 불안감이 얼굴에 고스란히 새겨져있었다.

죄송스러웠다. 필자는 그들처럼 생계를 위해 반드시 해야 하는 경우가 아니었던 때문이다. 노동의 고단함을 감수할 목적이 아닌, 불온하디 불온한(?) 목적으로 그 자리에 선 건 아마 필자가 유일하지 않았을까 싶었다. 그런 이들의 불안감을 더 증폭시킨 건 업무에 투입되기 전 필수적으로 거친다는 신규 일용직 노동자들의 교육 시간이었다.

“허브에 지원하실 분 안 계실까요?”

쿠팡을 위시한 택배 물류업체의 업무 중 가장 고되기로 정평이 자자한 바로 그 일이었다. 출고나 입고, 제품 검수 업무라고 손쉬울 리 없지만 그래도 가장 힘든 것으로 전해지는 것이 바로 허브 업무, 즉 제품을 적재하는 일이란 것을 모르는 이들은 없을 터.

당연히 그 누구도 입을 열지 않았다. 학창 시절, 어려운 수학문제를 칠판에 판서하고 풀어볼 학생을 찾는 선생님을 보는 기분이었다. 다들 눈을 내리깔고 침묵을 견지하자 다시 한 번 독촉 아닌 독촉이 이어졌다. 사실 이때까지만 해도 그럭저럭 용인해줄 만 했다. 

“제가 허브 일을 해봐서 아는데 출고나 입고보다 오히려 편해요. 그냥 그 자리에서 레일 타고 내려오는 물품들을 정리만 하면 되는 거라서요.”

 [일러스트=프리픽]
 [일러스트=프리픽]

새빨간 거짓말이었다. 필자가 직접 그 일을 해보았으니 분명히 말할 수 있다. 그럼에도 그의 거짓말은 계속 이어졌다. 허브 업무를 할 이가 부족했다는 뜻이다. 그는 곧 그 일이 그만큼 힘들다는 반증이었을 테고.

“보시면 아시겠지만 저희가 보내드린 문자에 그런 내용이 있어요. 회사 사정 상 필요하다면 다른 업무로 차출할 수 있다는 것 말이에요. 지원하시는 분 없으시면 그리 할게요.”

서서히 본색이 드러나고 있었다. 다들 첫 출근하는 이들이었다. 말로만 들었지 막상 현장의 업무가 어떤 수준의 강도인지를 가늠할 수 없는 이들에게 협박 아닌 협박이 이어지자 더더욱 좌중이 고요해지는 순간, 필자가 결국 입을 열었다. 어차피 해도 그만, 안 해도 그만인 인간이기에 가능했던 행동이었다.

“다들 처음 이 일 하는 거라 허브 일이 힘들다는 얘기를 들어서요. 그러니 쉽게 지원하지 못하는 거잖아요. 정말 힘드니 일하는 사람도 없을 거고요. 제 말이 틀린가요?”

틀리다고 했다. 정말 쉽다고 했다. 어차피 몸을 혹사시키는 게 목적이었으니 해볼까 싶어졌다. 유일한 지원자로 필자가 나섰다. 그래도 모자랐으니 결국 다른 업무를 지원하고 온 이들 중 너댓이 차출을 당한 것은 정해진 수순이었다.

그렇게 다들 각자의 업무에 배당되었다. 쿠팡에서 제공해준 안전화를 갈아신고 허브 업무에 투입된 것이 정확히 오전 10시 반이었다. 각 지역별로 분류된 수십 개의 레일을 타고 끊임없이 물건들이 쏟아져 내렸다. 상자에 담고 카트에 싣기를 40여분, 관리자라는 사람이 점심을 먹고 오라는 지시를 내렸다.

그게 11시 10분이었다. 보아하니 사람들이 많아 두 파트로 나눠 식사시간을 배정한 모양인데 필자는 1조로 밥을 먹는 조에 포함된 거였다. 1시간의 식사시간이었다. 그날 휴식을 취한 건 그게 전부였다. 

평범한 식사를 마치고 12시 10분부터 퇴근시간인 6시까지 단 1분도 쉬지 못했다. 쉴 수가 없었다. 조금의 여유도 주지 않는 택배물건들의 러시 때문이었다. 중간중간 업무 속도가 느린 탓에 레일이 적체되기라도 하면 파란색 등이 반짝였고 그럴 때마다 기다렸다는 듯 나타난 관리자의 채근을 겪다보면 감히 쉰다는 생각을 할 수조차 없던 탓이었다. 그 과정에서 관리자와 실랑이를 벌였던 건 이례적인 일이었다.

“XXX 사원님, 속도가 느리세요. 좀 더 빨리 움직이세요.”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주문이었다. 숙련되지 않은 일용직 노동자가 할 수 있는 수준을 벗어나는 요구였으니까. 당연히 반론을 제기했다. 그러자 돌아오는 건 굳어진 표정과 냉랭한 말투였다. 다른 사람이었다면(돈을 벌어야 하는 그런 처지의 사람을 뜻한다) 어쩔 수 없이 수용했겠지만 앞서도 말했듯 필자는 목적이 달랐다.


◆ 쿠팡의 산재, 다른 기업에 비해 적었던 이유


그런 부당한 요구를, 더군다나 강압적이기 그지  없는 관리자의 자세를 용인하고 싶지 않았다. 목소리를 높이고 항의하니 꼬리를 내리긴 했지만 그렇다고 크게 달라진 건 없었다. 그렇게 6시간이 흘렀다. 퇴근 준비를 하라는 관리자의 말에 따라 신발을 갈아 신고 다시 버스를 탔다. 

머릿속이 복잡했다. 비우러 간 자리였는데 오히려 혹을 붙인 셈이랄까. 하루 나절 겪어본 쿠팡의 노동 강도는 도무지 말이 되지 않는 것이었던 탓이었다. 노동착취라는 단어 외에는 표현할 수 있는 말이 없는 정도라고 하면 이해가 될까.

오죽하면 이런 문제들 때문에 쿠팡의 김범석 의장이 국정감사장에 불려나가기까지 했을까. 그렇다고 그곳에서 스스로의 노동착취를 인정하지는 않았다. 누구보다 더 노동자의 안전을 챙기고 있다는 궤변만 늘어놓았으니까. 

 [일러스트=프리픽]
 [일러스트=프리픽]

그때도 그랬고 지금도 노동자 과로사 등 극한의 노동착취가 이뤄지고 있다는 주장에 대해 쿠팡은 자신들이 물류업계를 비롯한 국내 사업장에서 가장 안전한 근무환경을 제공하고 있는 곳 중 하나라며 창립 후 업무상 사고로 인한 사망이 단 1건도 없다는 주장을 내놓기도 했다. 같은 기간 물류운송업계 업무상 사고 사망은 900건에 달한다는 내용도 덧붙이면서. 

단순 자료만 놓고 보면 실제로 쿠팡은 산업재해 건수나 사망자 수 등은 직원 수 대비 주요 기업 가운데 최하위권에 속하기는 한다. 지난해 이주환 국민의힘 의원이 근로복지공단에서 제출받은 ‘연도별 산재신청 상위 20위 사업장 목록’에 따르면, 지난 4년 반(2018년~2022년 8월) 동안 쿠팡풀필먼트의 산재 신청 비율이 0.47%에 불과했던 게 그 근거다.

쿠팡의 산재가 다른 기업에 비해 적은 이유는 매해 폭발적으로 늘어나는 상시근로자 수 대비 산재 신청 증가폭이 낮기 때문이다. 직원 건강을 챙기는 ‘쿠팡 케어’, 주5일제와 연차 사용 등 혜택을 늘리며 산재를 줄이는데 진심인 자기들을 왜 이렇게 몰아붙이냐는 그들의 목소리를 곧이곧대로 믿어줄 수 없는 이유는 수많은 증인들의 생생한 증언이 이어진 때문이다. 필자도 그 대열에 합류한 사람이기도 하고.

지금껏 해온 그 어떤 일보다도 더 고되고 힘들었다. 힘쓰는 일이라면 꽤나 자신있다는 필자조차 힘들다고 토로해야 할 정도의 일이었다. 그런데도 아니란다. 당한 사람이 그렇다는데 그래도 아니란다.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자기들은 정말 노동자들의 편의를 소중히 여긴다고. 기가 막힌다.

쌩뚱맞게 왜 이 지점에서 우리나라의 고전 중 하나인 춘향전의 하이라이트 신이 떠오르는 걸까. 과거에 급제해 암행어사가 된 이몽룡이 암행어사로 출두하기 전에, 탐관오리 변학도가 베푼 잔치에 참석에서 읊은 시다.

금준미주(金樽美酒)는 천인혈(千人血)이요, 옥반가효(玉盤佳肴)는 만성고(萬姓膏)라.

촉루낙시(燭淚落時)에 민루낙(民淚落)이요. 가성고처(歌聲高處)에 원성고(怨聲高)라.

풀어쓰면 이런 뜻이다. 금항아리에 담긴 향기로운 술은 천인의 피요. 작은 옥쟁반에 담긴 좋은 안주는 일만 백성의 피고름이라. 촛불의 눈물 떨어지듯이 백성 눈물 떨어지고 노랫소리가 높은 곳에는 백성들의 원망소리도 드높구나.

지금 쿠팡이 누리는 온갖 호사가 이와 다르지 않다. 선택의 여지가 없는 노동자들의 처지를 악용해 자신들의 수익을 극대화시키고 있다는 말이다. 그게 영원할 거라고 믿는다면 오산이다. 천년만년 붉은 꽃은 없는 법이니까. 

손영남 칼럼니스트
손영남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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