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경 투쟁 일변도의 노조 활동만이 답은 아니다

지난 6월, 대학로에서 실시된 노동자들의 시위 모습. 도로 한편을 다 차지한 시위대를 시민들은 어떻게 생각할까. [사진=민주노총]
지난 6월, 대학로에서 실시된 노동자들의 시위 모습. 도로 한편을 다 차지한 시위대를 시민들은 어떻게 생각할까. [사진=민주노총]

짜장면 가격도 오르고 소주값도 오르는 이 와중에도 내 월급만은 요지부동인 현실을 살아가는 게 우리 같은 샐러리맨들의 운명이다. 이는 30년 전에도 그랬었고 지금도 그렇다. 아마 30년 후에도 여전히 그럴 것이다.

그나마 다행인 건 예전과는 다르게 샐러리맨들에게도 소정의 발언 기회가 주어진 정도 아닐까. 예전엔 회사가 인심을 베푸는 척 월급을 올려주기라도 하면 감지덕지하며 쥐꼬리만큼의 월급 인상을 받아들여야 했던 것과는 달리 지금은 그래도 자신의 목소리를 낼 수 있게 된 세상이다. 매해 말이면 거치게 되는 연봉 협상이 그것이다. 

한 해 동안 자신이 회사에 기여한 공로를 근거로 연봉 인상을 주장하게 되는 이 자리가 있어 공식적으로 연봉 인상을 요구할 수 있게는 되었다지만 사실 샐러리맨들이라면 누구나 안다.

일개 개인이 내미는 알량한 자료로는 회사라는 조직이 들이미는 갖가지 방패를 뚫기가 쉽지 않다는 사실 말이다. 그래서 작년에도 올해도 월급은 평행선을 달릴 수밖에 없는 것이다. 대표적인 샐러리맨의 비애다. 

개인이 조직을 이기는 일은 구조학상 불가능한 일이라며 체념하며 살아온 그 숱한 세월, 그 세월에 균열을 내는 시도를 이어온 것이 바로 노동조합, 즉 노조다. 개인 대 조직으로 맞붙어서는 승산이 없다고 생각한 노동자들이 조직을 만들어 회사와의 관계를 대등하게 만들기 위해 구성한 조직인 노동조합은 그래서 노동자들에게는 세상 든든한 원군이 될 수밖에 없다. 문제는 이런 노조를 바라보는 시선이 곱지 않다는 사실이다. 

필자의 모친 왈 '배X지가 불러서 그렇지. 우리 때는 월급봉투 주는 것만으로 감지덕지였는데. 넌 그러지 마라'.

이를 근거로 일반 국민들 역시 다 그렇다고 주장하면 소위 말하는 일반화의 오류 정도가 되겠지만 실제로 매해 발생하는 노조의 춘투 관련 기사에 따라붙는 인터넷 상의 부정적인 댓글을 보면 딱히 일반화의 오류 운운할 일만은 아닌 것 역시 분명하다. 콩으로 메주를 쑨다는 정론에도 대중들은 노조의 주장이라고 하면 순응하려 하지 않는 분위기가 형성된 이유는 무엇 때문일까. 

 [일러스트=프리픽]
 [일러스트=프리픽]

개인적으로는 강경 일변도로 비추어지는 노조의 대응 방식이 원인이 아닐까 한다. 집행부가 삭발을 하고 수백 수천의 노동자들이 거리를 점거하며 교통 체증을 유발하는 따위의 대응 방식 말이다. 자신들의 월급 인상과 복지 혜택 상승을 위해 애꿎은 일반 국민들의 불편을 초래하는 것이 온당치 않다는 발상이다.

사실 이런 일들은 수시로 일어나고 있다. 당장 지난 11월, 임금 단체 협상을 둘러싸고 총파업을 예고했던 서울 지하철 노조의 대응을 두고 여론의 부정 기류가 형성된 것이 대표적인 예이다. 다행히 2차 총파업을 하루 앞두고 노사가 막판 합의를 이루면서 총파업은 철회됐지만 그런다고 일반 여론이 돌아선 것은 아니었다.

노조 집행부들 역시 이런 사실을 모르지 않는다. 그럼에도 이런 시도를 이어갈 수밖에 없는 것은 노조의 구성원인 노동자들의 이익을 대변하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다는 입장이다. 여기서 누가 옳고 누가 그르냐를 따질 생각은 없다. 단지 현재의 기류가 계속 이어지는 것이 노조와 그 구성원인 노동자들에게 이롭지 않다는 이야기를 하고 싶은 것뿐이다.

노조에 소속된 노동자들 역시 이 땅의 국민들이고 그 국민들 사이에서 계속 노조 기피론이 불거지는 것이 결국은 노동자들의 권리를 침해하는 요소로 작용할 우려가 크다는 말을 하고 싶은 것이랄까. 노조가 현재의 노선에 대해 고민하고 다양한 목소리를 들어야 하는 이유다. 그 목소리 중에는 같은 집에서 더부살이를 하고 있는 조직원들의 목소리 또한 포함된다.


◆ 같은 회사, 다른 목소리를 가진 사람들


익히 알듯이 이번 지하철 총파업을 두고 시민들과 정치권, 재계를 위시한 각종 루트에서 그의 부당함을 지적하는 목소리가 이어졌다. 자신들의 권리를 침해당한 측에서 마땅히 행할 수 있는 것이니만큼 이는 충분히 예견된 것이었다.

그러나 그 목소리 중에 스스로의 것도 포함되어 있다는 것이 이례적이다. 서울 지하철 공사 내부 구성원들이 파업의 부당함을 지적하고 나선 것이 그것. 서울 교통 공사 MZ세대 중심의 제3 노조인 올바른노조가 그들이다. 

아는 사람도 있겠지만 현재 서울 지하철 1~8호선을 운영하는 서울교통공사에는 총 3개의 노조가 존재한다. 조합원 1만명이 가입된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소속 교통노조와 조합원 2700명인 한국노총 공공연맹 소속 서울교통공사통합노조, 그리고 2000명의 가입자를 지닌 올바른 노조가 그것이다.

이중 3노조 격이라 할 올바른노조는 2021년 '조합원을 위한 노조'가 필요하다며 20·30세대를 주축으로 설립된 노조다. 바로 올바른 노조가 이번 파업을 두고 ‘명백한 정치 파업’이라고 작심하고 비판하고 나선 것. 노동자의 권리를 대변한다는 노조 간에도 의견이 다르다는 것을 보여주고 나선 이번 의견 제시는 결국 노조 간에 이견이 존재하고 있음을 명확히 보여주는 사례라 할 것이다.

이런 일은 드문 사례가 아니다. 지난 2011년, 기업 단위에서 복수 노동조합을 설립할 수 있도록 허용됨으로써 초기업단위 노동조합은 물론, 기업 단위에서 2개 이상의 노동조합을 자유롭게 설립할 수 있게 된 이후부터 노조 간의 갈등은 심심찮게 이어져왔다.

복수 노조의 설립 허용은 따지고 보면 다양한 목소리를 수렴하겠다는 의지의 반영이다. 같은 조직 내에서조차 다른 의견이 존재한다는 것을 인정하고 그 목소리를 반영하겠다는 노조법의 개정은 결국 우리 사회가 그만큼 다양성을 받아들일 준비가 되었다는 뜻인 셈이다. 

물론 이 과정에서 불거지는 문제점들이 없는 것은 아니다. 대표적인 것이 바로 교섭창구 단일화에 따른 알력이다. 사업장에 둘 이상의 노조가 존재하는 경우, 사용자에게 교섭을 요구한 노조들은 자율적으로 교섭대표노조를 정해야 하는데 만약 대표노조를 정하지 못했을 경우에 과반수 노조가 대표노조 지위를 갖는다. 이에 따라 대표노조만이 사용자가 단체협약 등을 진행할 수 있게 되는데 이것이 문제로 지적된다. 

이번 지하철 파업에서 드러났듯 민노총 노조가 전권을 행사하면서 파업이 결정된 것을 두고 이하 노조들이 다른 목소리를 낸 것이 그를 잘 보여준다. 파업에 불참하기로 한 한국노총 노조와 올바른 노조의 조합원 4700여명은 파업의 정당성을 인정하지 않기로 한 것이 되는 셈이다. 같은 조직 내에서도 의견 합치가 안 되는 이런 사태는 결국 노동자들의 권익을 보호한다는 노조의 정당성을 흔들 우려가 크다는 뜻이다. 이렇게 되면 결국 피해는 노동자들에 쏟아질 수밖에 없다.

 [일러스트=프리픽]
 [일러스트=프리픽]

앞서도 언급했지만 복수노조의 설립 허용은 보다 다양한 노동자들의 목소리를 담아낼 수 있는 장치를 만든 것이다. 기존 노조가 전체 노동자들의 목소리를 수렴하지 못하는 폐단을 사전에 막겠다는 것. 이를 위해서 설립된 것이 복수노조이니만큼 각 노조들은 서로 간의 의견을 정확하게 수용하는 것이 무엇보다 요구된다. 이번 지하철 노조의 경우처럼 제대로 된 의견 수렴 없이 다수의 횡포가 용인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노조는 노동자들이 있어 가능한 조직이다. 국민이 존재하기에 탄생할 수 있었던 국가처럼 노조 역시 노동자들이 존재함으로 설립 가능한 단체란 뜻이다. 그런데 언제부터 노동자들의 의견이 반영되지 않는 노조의 행동들이 심심찮게 드러나고 있다. 최근 정부의 노조몰이를 두고 노조 탄압이니 하는 식의 의견이 대두되고 있지만 일반 국민들의 정서는 그를 은연 중 응원하는 기색이 역력하다. 각 노조들은 그 이유를 두고 심각하게 고심할 필요가 있다. 

시대는 변하고 있다. 자신의 몸을 불살렀던 전태일 열사의 시대처럼 온몸으로 항쟁하는 것이 필요했던 때도 분명히 있었지만 지금은 그게 아닌 것만은 분명하다. 특히 현재의 MZ세대처럼 자신의 목소리를 내는 것에 익숙한 세대들이 부각되는 지금이라면 노조도 다른 식의 대처법을 이끌어낼 필요가 있다는 뜻이다.

노동자의 권익을 이끌어내기 위해 노력하는 것은 좋다. 그러나 그 과정에서 국민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만드는 단체 행동은 더 이상 공감대를 형성하기 힘든 만큼, 새로운 시대에 맞는 행동 방식을 보여주기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손영남 칼럼니스트
손영남 칼럼니스트

※ 외부 필진 칼럼은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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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조 #파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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