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병 천지 황폐한 섬, 연 200만명 관광지로 '우뚝'

 [사진=남이섬 홈페이지]
 [사진=남이섬 홈페이지]

경영자에게 있어 철학은 폭넓은 시각을 갖게도 하지만 현실에 당면한 문제나 미래의 비전을 제시해주기도 한다. 

당초 강한 자신감을 갖고 추진하던 신규 사업이 의외로 시장에서 시원치 않은 반응을 얻거나, 잘 나가던 사업이 예측하지 못한 ‘돌발상황’과 ‘변수’에 의해 하루아침에 접어야 할 처지에 몰렸을 때 철학은 적절한 해결책을 ‘선사’한다.

또 한 치 앞을 알 수 없는 불투명한 미래를 맞아야 하는 경영자로서는 하루하루의 경영성과를 토대로 회사의 비전을 나름대로 세워나가야 하는데, 비전이 현실화되는 과정에서 시행오차를 최소한으로 줄이는데 도움을 주는 것도 바로 철학이다. 

지난 칼럼을 통해 철학이 기업경영의 현실에서 경영자들에게 폭넓은 시각을 던져주었다고 한다면, 이제부터 설명하는 철학의 두 번 째 선물은 바로 ‘지혜’로 요약할 수 있다.

합리적인 판단을 통해 기업의 운명을 바꾸거나 차별화된 경영전략을 펼쳐 사업이 승승장구한 사례들 속에는 경영자들의 철학적 지혜가 담겨진 경우가 많다.

수년 전 아시아, 특히 일본의 한류열풍을 이끌었던 드라마 <겨울연가>를 기억할 것이다. 주인공 준상역의 탤런트 배용준을 원조 한류스타로 만든 이 드라마는 배용준 뿐 아니라 드라마 촬영지였던 남이섬(강원 춘천시 남산면 빙하리)을 ‘한류 관광지’로 키워냈다. 

 [사진=남이섬 홈페이지]
 [사진=남이섬 홈페이지]

<겨울연가>의 ‘후광효과’ 덕분에 남이섬은 2001년 27만명에 불과하던 관광객이 이제는 연간 200만명이 넘을 만큼 대한민국 대표 한류관광지로 자리매김했다.  

오늘의 남이섬이 탄생하기까지는 경영자인 (주)남이섬의 강우현 대표이사(현 부회장)의 역할이 컸다. 그가 취임한 2001년 9월만 하더라도 남이섬은 쓰레기 더미만 쌓여가던 ‘황무지 섬’에 불과했다. 

시간을 더 되돌려 전 한국은행 총재인 수재(守齋) 민병도 씨(2006년 작고)가 남이섬을 사들인 1965년만 하더라도 남이섬은 모래만 가득하던 곳이었다. 

이후 1960년대 민 씨가 잔디와 나무를 심기 시작했고 1년 뒤 골프장도 만들었다. 


◆ 드라마 '겨울연가' 촬영지로 주목... 쓰레기 더미의 부활 시작


그러나 1년 만에 골프장은 문을 닫았고 남이섬은 도시에서 놀러 온 사람들이 그저 술 마시고 춤을 추는 ‘삼류 유원지’로 전락했다. 취객들의 고성과 소음, 행락객들이 버리고 간 쓰레기로 남이섬은 갈수록 황폐해져갔다.   

그랬던 남이섬이 점차 달라진 것은 강우현 대표의 역발상 경영전략이 발휘되면서부터다. 홍익대 미대를 졸업하고 그래픽 디자이너 겸 그림동화작가로 활약한 그는 ‘쓰레기’를 ‘쓸 애기’로 바꾸자는 생각으로 하나하나 남이섬을 고쳐 나갔다.  

우선 섬에 파묻어 놓았던 엄청난 양의 쓰레기를 ‘관광자원’으로 탈바꿈시켰다. 남이섬의 명물인 ‘이슬 정원’도 이런 과정을 통해 탄생했는데 3000여개의 빈 소주병을 이용해 정원을 만들고는 소주 상표인 ‘(참) 이슬’을 붙여 이름을 새긴 게 오늘의 명물이 됐다. 

또 쓰레기를 태운 재를 이용해 도자기를 만들고 가지치기한 나무들은 토막으로 잘라 건물 벽을 장식하는 데 활용했다. 이어 화장실 변기는 화분으로, 자투리 합판은 안내판으로 재탄생시켰다.

“할 수 있는 것만 생각하기에도 바쁜데 뭣 하러 안 되는 걸 구태여 생각합니까? 가진 게 폐품뿐이고 쓰레기뿐이라면 그걸 써먹을 궁리를 해야죠. 돈이 없어서, 직원들이 일을 못해서 사업을 못하겠다고요? 돈이 없으면 벌어서 쓰고 직원들이 마음에 안 들면 가르치면 됩니다. 중요한 건 불가능을 가능으로 바꿀 상상력, 발상의 전환입니다. 불가능은 희망의 블루오션이에요.”

 [사진=남이섬 홈페이지]
 [사진=남이섬 홈페이지]

강 대표의 이같은 ‘엉뚱하고 기발한 아이디어’는 관광객들에게 달라진 남이섬을 선물했다. 

술병은 ‘꽃병’으로 기능을 바꾸었고 잡초는 ‘화초’로 개념을 달리했으며 남이섬은 고객들을 먼저 생각한다는 뜻에서 ‘남의 섬’으로 관광객들에게 인식되기 시작했다. 

2006년부터는 관광객에게 여권을 발급하고 상형문자, 화폐를 도입하는 등 문화독립선언을 통한 ‘남이공화국(나미나라공화국)’을 선포하면서 선풍적인 인기가 배가됐다.   


◆ 술병이 꽃병으로, 잡초는 화초로... 한류팬 홀린 '기발한 발상'


경제적인 수치로도 (주)남이섬은 연매출 20억원을 긍긍하며 ‘적자기업’이던 것이 그의 손에 의해 100억원이 훌쩍 뛰어넘는 ‘흑자기업’으로 전환됐다. 불과 수년 만에 매출액은 5배, 방문객은 6배나 늘어난 것.

하지만 강 대표의 관광경영 철학은 하루아침에 만들어진 게 아니다. 자신이 잘 할 수 있는 것(디자인)을 자신의 경영철학으로 삼는 지혜를 발휘한 것이 현재의 남이섬을 있게 한 원동력이다.

그 스스로도 남이섬의 성공 동기를 다음과 같이 말한다.  

“대부분의 화가는 백지에 그림을 그리기 시작합니다. 완성된 작품 이미지를 먼저 상상해 두고 그걸 마음의 눈으로 보면서 닮은꼴로 완성해 가는 과정을 거치는데, 이 때 화가의 상상력은 완성작품 수준에 가깝습니다. 경영자나 직원의 수준도 이처럼 상상력이 좌우합니다. 상상력은 미래를 예측하는 통찰력이잖아요. 남이섬 경영을 처음 맡았을 때도 그랬습니다. 손님도 없고 돈도 없었죠. 하지만 가장 먼저 손님이 들끓는 모습을 상상했습니다. 수많은 손님들로 혼잡한 숲길 여기저기서 외국어들이 난무하며 사진 찍는 모습을 생각하니 먹고 사는 문제는 저절로 해결되더군요.”

남이섬 신화에서 건져야할 경영 마인드 ‘자신감’

▲자신이 자신있어하는 부분, 즉 자신만의 전공을 최대한 살려 기업 경영에 접목하라

▲사고의 전환이 중요하다. ‘쓰레기’를 ‘쓸 애기’로 인식하면 그 결과가 달라진다

▲빈 소주병으로 정원으로 만들고 쓰레기를 태운 재를 이용해 도자기를 만든 것은 철저하게 경영자의 상상력이 동원되지 않고서는 이룰 수 없는 부분이다

▲미래에 잘 될 것을 미리 상상하라. 그리고 그 상상의 그림을 현실 속에서 하나하나씩 그려가라

김진욱 뉴스캔 발행인
김진욱 뉴스캔 발행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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