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양유업-한앤코 3년 쟁송 한앤코 승소로 완결...사명변경 등 추진
대리점 갑질, 경쟁사 비방, 외손녀 마약 등 기업 이미지 회복 난제

남양유업 사옥 전경. [사진=남양유업 제공]

[뉴스캔=박진용 기자] 남양유업 경영권을 둘러싼 3년여의 법정 공방이 사모펀트 운용사인 한앤컴퍼니(이하 한앤코)의 승소로 끝났다. 결국 지난 60년에 걸친 남양유업의 오너 경영체제도 막을 내리게 됐다.

이런 가운데 남양유업의 경영체제 변동과 기업 정상화 기대감에 주가가 오르는 등 파동이 큰 상황이다. 다만 남양유업은 그간 각종 논란이 끊이지 않았던 만큼, 경영권이 이전된다지만 여전히 해소해야 할 선결과제들이 적체돼 있어 경영 정상화가 순항할지는 미지수다.

31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한앤코는 4일 남양유업 홍원식 회장 일가를 상대로 제기한 소송에서 최종 승소했다. 대법원 2부는 한앤코가 남양유업 오너 일가를 대상으로 한 주식양도 소송 상고심에서 원심의 원고 승소 판결을 확정했다.

대법원 판결 직후 남양유업 측은 "조속한 경영 정상화를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다만 그 이후 이에 대한 추가 입장은 내놓지 않고 있다.

만약 한앤코가 정상 절차를 밟아 남양유업 대주주로 등극하며 경영권을 이어받게 되더라도 그간 남양의 순탄치 않았던 궤적을 감안하면 경영 정상화까지 넘어야 할 문턱은 적지 않아 보인다.


◆ '불가리스 사태'로 시작된 소송전, 한앤코 경영권 인수 결말


두 회사의 쟁송은 3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코로나19 팬데믹이 정점에 달했던 2021년 5월 남양유업은 자사 효자상품인 '불가리스'가 코로나19 저감효과가 있다는 마케팅을 폈고, 이에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식품표시광고법 위반 혐의로 남양유업을 고발하면서 압수수색이 진행되기에 이른다.

일명 '불가리스 사태'에 남양유업이 코너에 몰리자, 홍원식 회장은 사퇴 표명과 함께 한앤코에 일가가 보유한 53.08%의 지분을 총 3107억원에 매각하겠다고 선언했다. 당시 주식매매계약도 이뤄졌다.

그러나 같은 해 9월 홍 회장은 돌연 '계약해지'로 입장을 급선회했고, 한앤코는 즉각 손해배상청구 소송으로 맞불을 놨다. 이로써 양측은 3년에 걸쳐 소송전을 폈고, 결국 대법원이 한앤코의 손을 들어주면서 남양유업의 홍 회장 일가는 경영권을 상실하게 됐다. 

홍원식 일가의 퇴진 소식에 남양유업에 대한 주식시장 반응도 뜨거웠다. 법원 판결이 나온 지난 5일 남양유업의 주가는 불과 일주일여 만에 30%가량 뛴 60만5000원을 기록했다. 이는 최근 52주 신고가를 갱신한 수치이기도 하다. 그간 각종 구설수에 휩싸였던 기업인 만큼, 경영 정상화에 따른 기업가치 상승을 기대한 심리가 반영된 탓이라는 분석이다.

남양유업을 인수하게 된 한앤코는 인수합병(M&A) 전문 사모펀드로, 기업 가치를 높인 뒤 고가에 재매각하는 것이 주사업이다. 이렇다 보니 이번 판결을 기점으로 한앤코가 남양유업의 기업 전면 재편에 박차를 가할 것이란 관측이 잇따른다. 일각에선 남양유업의 사명이 변경될 가능성도 점쳐진다.

증권가 한 관계자는 <뉴스캔>과의 통화에서 "M&A 사모펀드가 경영권을 인수하게 된 만큼 남양유업의 경영체제를 비롯해 조직 및 인사 개편이 대대적으로 이뤄질 것"이라며 "(한앤코가) 경영권 인수와 동시에 그간 각종 논란과 쟁송으로 실추된 이미지를 기업 이미지를 회복하는 데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다만 홍 회장은 현재 주식 양도를 거부하며 버티기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한앤코는 홍 회장을 상대로 강제집행을 신청한다는 방침이다. 업계에 따르면 한앤코는 현재 오는 3월 남양유업 정기주총에 앞서 지분 양도를 원하고 있어, 홍 회장이 양도를 끝내 거부할 경우 내달 강제집행이 이뤄질 것으로 전망된다.


◆ 남양유업, 인수 후 경영 정상화까지 넘어야 할 허들은


한앤코 회사 로고 [사진=한앤코 제공]
한앤코 회사 로고 [사진=한앤코 제공]

남양유업은 사모펀드인 한앤코로 경영권이 넘어가면서 새 중대 국면을 맞았다. 다만 여러 부정 이슈에 얽혀 기업 이미지가 실추된 남양유업은 최고의사결정체가 바뀐다고는 해도 당장 경영 정상화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회의론도 나온다. 

남양유업은 2013년 '대리점 갑질 사건'을 비롯해 홍 회장이 직접 지시한 것으로 드러난 경쟁사 비방, 외손녀 마약 투약 등 갖은 논란을 빚었다. 이에 남양유업에 대한 대중 인식도 좋지 않은 편이다.

이렇다 보니 한앤코는 경영권 인수 이후 남양유업의 사명을 변경하는 방안을 유력하게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진다. 남양유업 기업명은 1964년 기업 오너가의 본관인 남양 홍씨가 그 뿌리인 만큼, 기업 이미지 전면 쇄신 차원에서 사명 변경이 최우선 과제로 지목된 것이다. 

아울러 남양유업은 부정 이슈에 연루돼 소비자 불매 운동과 각종 쟁송에 온전히 경영 개선에 집중할 수 없었다. 출산율 감소세로 기성사업이 중대 위기를 맞아 성인건강식, 해외 수출 등 신사업 발굴이 요구되는 시점이지만, 남양유업은 동종업계 내 신사업 부문에서 후발주자에 머물러 있다는 지적이다. 일례로 남양유업의 단백질 음료인 '테이크 핏'은 1600만개의 누적 판매고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셀렉스' 등 경쟁사 제품에 밀려 존재감이 미미한 실정이다.

회사 실적도 저공비행을 이어가는 모습이다. 남양유업의 매출은 2020년 1조원대 아래로 곤두박질쳤고, 수익성도 2020년부터 3년 동안 최대 800억원대의 영업손실을 기록하는 등 침체가 깊은 상황이다. 지난해 역시 3분기 누적 영업손실이 280억원에 달했던 만큼, 흑자 전환에 실패했을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남양유업은 갖은 구설수와 실적 부침 속에도 동남아 등 해외 분유사업에 드라이브를 걸어 왔고, 분유 수출실적도 오름세에 있다. 이는 남양유업의 재기 발판 동력이 될 것이라는 평가다. 올 상반기 경영권 이전으로 새 사령탑을 맞게 될 남양유업이 패러다임 전환에 성공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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