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위 쿠팡 지난해 실적 견고...G마켓, SSG닷컴, 11번가 등은 적자경영
물류망 확보, 브랜드 제고 등 경쟁력 확보하지 못하면 극복 쉽지 않아

쿠팡 배송 차량 모습. [사진=쿠팡 제공]
쿠팡 배송 차량 모습. [사진=쿠팡 제공]

[뉴스캔=박진용 기자] 전자상거래 플랫폼인 '이커머스' 업계가 1위 기업인 쿠팡의 단독질주 속 적자경영으로 시름을 앓고 있다. 이에 몸집을 불리느냐, 내실을 키우느냐를 놓고 중대 기로에 선 모습이다.

쿠팡을 제외한 G마켓, 11번가, 컬리 등 국내 이커머스 후발 기업들은 적자경영 장기화에 기업 매각이 추진되는 등 난맥을 빚고 있다. 게다가 중국 이커머스 업체인 알리익스프레스(알리)가 지난해 말 국내 전자상거래 시장에 진입하면서, 국내 기업들에게 녹록지 않은 여건이 조성됐다는 분석이다.


◆ 이커머스업계, 적자경영 지속...11번가는 재매각 추진도 


국내 이커머스업계가 코로나19 팬데믹을 전후해 실적이 상하방으로 출렁이며 고심이 깊어지는 모습이다. 팬데믹 창궐 후 전자상거래가 대폭 활성화되며 이커머스 기업들의 몸집도 급격하게 불었지만, 최근 엔데믹(코로나19 종식)을 맞아 성장세가 크게 둔화되며 매출과 수익성이 악화된 흐름이다.

이에 당초 거래량 확대로 기업 덩치를 키우는 데 집중했던 국내 이커머스 기업들은 올해 수익성 개선에 초점을 맞춘 내실경영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이런 가운데 전자상거래 시장 점유율 1위 기업인 쿠팡은 지난해 3분기 기준 누적 영업이익이 총 4448억원을 달성하는 등 호실적을 이어가고 있다. 전년 동기부터 쭉 흑자를 내고 있는 것. 압도적 시장 점유율에 기반해 안정적인 수익성을 가져가며 후발주자들의 추격을 불허하고 있다는 평가다.

그러나 국내 이커머스 후발기업들의 지난해 실적에는 적신호가 켜졌다. 그간 꾸준히 흑자를 냈던 G마켓은 2021년 신세계그룹 인수 이후 내부 통합 절차를 거치면서 거대 자금을 융통한 탓에 수익성이 급감하며 지난해 3분기 322억원의 영업손실을 봤다. 다만 G마켓 측은 기업통합이라는 특수 여건으로 인한 일시적 현상인 만큼, 올해 수익성은 개선될 것으로 보고 있다.

2014년 출범해 올해로 이커머스 사업을 10년차 진행 중인 컬리도 최근 적자일로다. 지난해 3분기에 1185억원의 영업손실을 봤으며, 전년동기(1836억원) 대비 영업손실 규모가 651억원 줄었지만 올해 흑자 전환이 쉽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 대체적이다.

11번가 역시 같은 기간 910억원 규모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특히 SK스퀘어의 이커머스 사업체인 11번가는 사업성 저하 등으로 현재 재매각이 추진되고 있다. 매매가 5000억원 규모로 미국의 아마존과 중국 알리 등이 11번가 인수에 눈독을 들이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알리익스프레스의 창립 기념 프로모션 이미지. [사진=알리익스프레스 제공]
 알리익스프레스의 창립 기념 프로모션 이미지. [사진=알리익스프레스 제공]

이 밖에 신세계그룹 계열사인 SSG닷컴 역시 지난해 3분기 645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하며 업계 적자 대열에 동참했다.

한편 삼정KPMG 보고서 등에 따르면 이커머스 기업들의 거래액은 지난해 기준 1위 쿠팡이 36조8000억원, 네이버쇼핑이 35조원, 11번가 10조5000억원, 롯데온 7조4000억원, SSG닷컴 6조원 등이다.


◆ 이커머스계 잇따른 IPO 낙마, 왜


팬데믹에 회사 몸집을 불렸던 이커머스 기업들은 지난해 기업공개(IPO)를 대거 추진했으나, 예상 밖 성적 부진에 이를 철회해야 했다.

대표적으로 컬리는 지난해 1월 기업상장 계획을 철회했고, 그 다음 달 오아시스마켓도 IPO를 잠정 연기했다. 11번가의 경우도 5000억원의 투자금을 받았음에도 결국 IPO 시점을 넘기며 재매각 처분을 앞뒀다. 2021년 주관사 선정을 마치며 IPO를 추진했던 SSG닷컴도 현재 답보 상태다.

이처럼 이커머스 기업들이 하나같이 기업상장에 실패한 배경에 이목이 쏠린다. 관련업계에선 이들 기업의 투자 대비 수익성이 저조한 구조를 지적한다. 이커머스 시장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홍보와 물류망 확보에 막대한 투자금을 쏟다 보니 수익성이 크게 떨어진 것이 결국 IPO 줄낙마의 결정적 원인이 됐다는 분석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뉴스캔>과의 통화에서 "이커머스 시장은 유독 마케팅 경쟁이 치열한 분야"라며 "홍보비에만 천문학적 액수가 투입되는데, 여기에 물리적 인프라인 물류망을 확보하는 데에도 막대한 비용이 나갈 수밖에 없는 구조다. 중국 업체(알리)까지 들어오면서 브랜드 홍보부터 물류망 확보까지 더 어려워진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신세계그룹의 이커머스 SSG닷컴. [사진=SSG닷컴 제공]
 신세계그룹의 이커머스 SSG닷컴. [사진=SSG닷컴 제공]

쿠팡이 적자 늪에 빠진 업계의 현 상황을 극복한 것도 쿠팡의 탄탄한 인지도와 고유 물류망이 주효했다는 게 이 관계자의 분석이다.

이런 가운데 중국 이커머스업체인 알리가 국내 시장에 진입한 것도 국내 업체들에게는 부담요소로 작용할 전망이다. 지난해 11월부로 국내 진출을 공식화한 알리는 자금력을 토대로 현재 11번가 인수를 추진하는 등 국내 플랫폼 및 물류망 확보에 총력을 펴고 있다.

이에 일각에선 기존 국내 업체들과의 경쟁전도 한층 치열해질 것으로 보이는 만큼, 자생력을 갖추지 못한 이커머스 후발기업들은 국내 시장에서 자연 도태될 수 있다는 위기의식도 감지된다.

저작권자 © 뉴스캔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