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주 7000원, 맥주 8000원' 인상 흐름에 서민酒도 '옛말'
MZ, SNS상으로 잔술 주점 및 콜키지 프리 식당 공유 일상화

MZ세대(밀레니얼+Z세대)의 사회적 반향이 뜨겁다. 비단 사회만이 아니다.  '재미'와 '간편함'을 추구하는 그들이 경제 전반에 걸쳐 소비와 트렌드의 주축으로 자리잡고 있다. 비록 소득은 적지만 과감한 레버리지(대출)로 자산 축적에 몰두한다. '영끌(영혼을 끌어모음)' 전략으로 주식과 암호화폐, 부동산의 판을 바꾸기도 했다. 직장 내에서는 '할 말은 하는' 당찬 샐러리맨이지만 집단주의보다는 개인주의를 선호한다. '꼰대'로 대비되는 기성세대와 각을 세우는 것 같지만 때로는 '뉴트로'에 열광하며 과거와의 대화에 나서기도 한다. 그야말로 지금은 'MZ시대'다. <뉴스캔>은 2023년 기획시리즈를 통해 생활 곳곳에서 MZ세대의 역할과 기대, 미래를 점쳐본다. [편집자 주]

 [일러스트=뉴스캔 이하나 기자]
 [일러스트=뉴스캔 이하나 기자]

[뉴스캔=박진용 기자] 국민 주류인 소주와 맥주 시세가 천정부지로 치솟자 경기불황에 지갑이 얇아진 서민들의 하소연이 깊어지고 있다. 이른바 '소맥'(소주·맥주) 가격 인상은 특히 경제적 여력이 덜한 2030세대 청년 및 사회초년생의 지갑사정을 더욱 압박하는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9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하이트진로는 오늘부터 소주 브랜드인 '참이슬' 출고가를 6.95%(80원), 맥주 브랜드인 테라(TERRA)와 켈리(Kelly) 출고가를 평균 6.8% 인상한다. 앞서 국내 맥주업계 1위인 오비맥주도 지난달 11일부로 카스 등 주요 맥주 브랜드의 출고가를 평균 6.9% 올렸다. 

주요 제조사의 출고가가 인상되면서, 식당 및 주점 판매가도 더욱 큰 폭으로 뛰게 될 전망이다. 통상 주류 출고가가 10원 단위로 오르면 식당에선 1000원 단위로 가격을 올려받는 관행이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해의 경우 하이트진로가 참이슬·진로 소주 출고가를 7.9%(85.4원) 인상했을 당시 일반 식당에서 판매된 소주가는 기존 4000~5000원에서 최대 6000원까지 치솟았다.

올해 주류사들의 출고가 인상 결정에 소주의 시중 판매가가 한 병당 7000원으로, 맥주는 최대 8000원으로 각각 오를 것으로 보여, 소주와 맥주가 더이상 서민주(酒)가 아닌 시대가 도래했다는 반응이 나온다.

서울에서 직장을 다니는 30대 초반 남성 A씨는 <뉴스캔>과의 취재에서 "소주 한 병에 8000원이면 밥 한끼를 먹는 수준인데, 이제는 술자리를 가는 것 자체가 부담스럽다"면서 "연말연시라 여러 약속이 잡혀있었는데 술값 부담에 일부 취소했다. 왠만한 안주보다 술값이 더 비싸서 그냥 소주 한 병 사서 혼자 집에서 소분해 마시는 게 편하다"고 했다.


◆ 소주가 한 병당 7000원? MZ "그렇다면 '잔술'로 효율적 소비를"


최근 주류업계의 제품 가격 인상으로 주류를 저렴하게 마실 수 있는 음식점이 인기를 끌고 있다. 6일 오후 서울 종로구의 한 음식점에 막걸리와 소주 한 잔을 1000원에 판매하고 있다는 홍보물이 게시돼 있다. [사진=뉴스캔DB]
최근 주류업계의 제품 가격 인상으로 주류를 저렴하게 마실 수 있는 음식점이 인기를 끌고 있다. 6일 오후 서울 종로구의 한 음식점에 막걸리와 소주 한 잔을 1000원에 판매하고 있다는 홍보물이 게시돼 있다. [사진=뉴스캔DB]

이렇듯 주류 가격이 천정부지로 치솟자, 2030 청년층 사이에선 최근 잔 단위로 나눠 술을 마시는 '잔술' 문화가 확산하고 있다. 이와 함께 일정 시간 동안 주류를 무제한으로 마실 수 있는 식당이나 주류점을 찾아나서고 있다.

본지 인터뷰에 응한 20대 여대생 B씨는 "소주와 맥주 가격이 너무 올라서 인스타그램(SNS)으로 (대학) 동기나 친구들과 잔술로 파는 식당을 꾸준히 공유하고 있다"면서 "3명 기준으로 소맥을 병 단위로 2~3시간만 마셔도 결재 금액이 10만 원을 훌쩍 넘기게 된다. 학생들이 부담하기엔 큰 금액이다. 그래서 요즘은 그냥 잔 단위로 파는 음식점을 찾게 된다"고 말했다.

또 20대 후반 남성 취업준비생은 "가뜩이나 물가도 올라서 소비생활이 어려운데 이제는 밖에서 술 마시기도 힘들어졌다"라며 "꼭 술자리에 나가야 한다면 콜키지가 되는 주점을 가거나 무제한 술집을 찾게 된다. 잔술도 있긴 하지만 애주가들은 잔술이 성에 차지 않는 부분이 있다"고 했다.

술을 싸게 파는 식당도 인기다. 경기 성남시에 사는 직장인 최모 씨(29)는 소주와 맥주를 각각 2000원에 판매하는 고깃집을 매달 한 번 이상 찾는다. 최 씨는 “다른 곳에서 소주와 맥주 한 병씩만 시켜도 최소 1만 원이 넘는데 여기선 4000원이면 해결할 수 있다”고 했다.

실제로 주류 시세가 오르자 소주나 막거리를 낱잔으로 판매하는 '잔술' 음식점이 2030을 중심으로 성황을 이루고 있다.

최근 SNS상에서 화제가 된 서울 종로구 탑골공원의 한 음식점의 경우 소주 1잔을 1000원에 팔고 있다. 소주 한 병을 잔 단위로 나눠 팔고 있는 것이다. 

해당 음식점 대표는 "최근 경기도 안 좋고 술값도 올라서 탑골공원을 찾는 청년들이 많아졌다"면서 "주 고객층이 연로하신 분들이었는데, 유튜브나 SNS을 보고 찾아왔다는 젊은 분들이 많다"고 밝혔다.

국민주로 불렸던 소주와 맥주 가격이 치솟으면서, MZ들이 소위 '잔술'을 선호하는 사회적 현상이 가시화되고 있다. [사진=프리픽. 기사 내용과 무관]
국민주로 불렸던 소주와 맥주 가격이 치솟으면서, MZ들이 소위 '잔술'을 선호하는 사회적 현상이 가시화되고 있다. [사진=프리픽. 기사 내용과 무관]

또 그는 "아무래도 잔 단위로 팔기 때문에 (주류) 과소비를 줄일 수 있다고들 한다"라며 "인근 잔술 식당도 손님이 많이 늘었다는데, 거기는 소주를 잔당 1500원에 팔고 있다. 그래도 요즘 들어 잔술을 찾는 분들이 많아 대기자가 생길 정도"라고 덧붙였다.

다만 올 하반기 소주 출고가 인상으로 잔술 가격 또한 인상될 공산이 크다.

이에 온라인상에선 최근 특정 메뉴를 주문하면 소주나 맥주를 무한 제공하거나 일정 금액을 내면 2~3시간 단위로 술을 무제한으로 마실 수 있는 식당이 인기를 끌고 있다.

아울러 직접 술을 구매해 별도의 비용 없이 마실 수 있는 '콜키지 프리' 식당들도 MZ의 검색 리스트에서 빠지지 않는다.

서울 연남동에서 콜키지 프리 소고기 식당을 운영 중인 점주는 "술값 부담에 소주나 맥주, 와인을 직접 사서 오시는 분들이 많이 찾아주신다"라며 "일부 손님은 '요즘은 소고기보다 술값이 더 무섭다'고 우스개 소리를 하시더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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