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크 레인, 대일밴드, 퀵스비스... 사명으로 성공한 기업들

 ‘트렌치 코트’를 만든 영국의 토마스 버버리 브랜드 ‘버버리’는 한때 트렌치 코트의 대명사로 불렸다.  [일러스트=게티이미지뱅크]
 ‘트렌치 코트’를 만든 영국의 토마스 버버리 브랜드 ‘버버리’는 한때 트렌치 코트의 대명사로 불렸다.  [일러스트=게티이미지뱅크]

옛날, 한 30여년도 더 지난 이야기다. 회사 책상 위에 재떨이가 있었고 회의하면서 담배도 필수 있었던, 신입사원 때 사무실서 담배피던 시절의 이야기다. 

"가서 제록스 3부 해 놓고 회의 준비하게."

당시 과장님이나 부장님은 신입사원을 불러 종이 몇장을 건네주며 이런 지시를 내렸다. ‘김군, 가서 제록스 3부 해오게!’, 복사를 해 오라는 지시인데 지금으로 따지면 ‘가서 신도리코 3부 해와!’와 같은 소리다.

‘전화줘’ 라는 표현을 ‘아이폰 할께' , '갤럭시 줄께’ 이렇게 말하는 정도의 이야기다. 하지만 이 이야기의 이면을 보면 ‘제록스’라는 회사의 이름이 ‘복사하다’를 대체할 만큼 강력한 회사였다는 의미가 된다. 

이번 글에서는 우리의 삶에 붙어 있는 보통명사 같은 기업이름에 대한 이야기를 해 보려고 한다. 

"이 서류들 호치키스(호치케스) 해주세요!"

문서를 제록스(복사)한 후에 한권으로 묶을 때 사용하는 호치키스(또는 호치케스), 편리하게 잘 사용하는 이 장치의 이름은 스테이플러(stapler)다. 이 사무용품을 프랑스 회사 호치키스사에서 수입해다 쓰면서 그대로 ‘호치키스’라고 사용한 경우다. 참고로, 이 호치키스사의 설립자가 벤저민 버클리 호치키스다.

"이거 퀵 서비스로 보내 주세요."

퀵 서비스. 영어를 쓰는 미국인이나 영국인 또는 필리핀인에게 말하면 알아 들을까? 잘 못 알아들을 것이다. 우리나라에서 만든 말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우리는 다 알아 듣는다. ‘오토바이 배달기사를 이용한 소화물의 빠른 배달’을 의미한다는 것을···. 지금은 ‘퀵 서비스’라고 모두들 알고 있지만 원래는 이 서비스를 제공하는 회사 이름이었다. 회사 이름이 너무 강렬하게 이해가 되어서 인지 우리는 보통명사로 알고 있다.

"포크 레인을 깊게 파 주세요!"

공사 현장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장비 ‘포크 레인’, 이 기기의 본래 명칭은 ‘굴착기’다. 포크 레인은 굴착기를 만든 프랑스 회사 이름인 ‘포클랭(Poclain)’에서 유래하는데, 굴착기를 국내에 수입했을 때 장비에 써 있는 회사 이름을 영어식으로 읽으서 그대로 굳어진 케이스다.

영어로는 ‘엑스커베이터(Excavator)’인데 ‘포크 레인 Fork-Rein (갈고리 고삐)’을 설마, 안 찾아보고 이런 식으로 쓰지는 않을 것이다.

"대일밴드 붙이면 낫는다."

가벼운 상처가 생기면 이런 말을 한다. ‘대일밴드 어디 있어? 대일밴드 가져다 줘!’, 하지만 대일밴드의 정확한 명칭은 ‘일회용 반창고’ 다. 1955년 ‘대일화학’에서 만든 일회용 반창고가 귀에 익고 입에 붙어 ‘대일밴드’라고 부르고 있다. 크지 않은 회사지만 엄청난 일을 한 회사임은 분명하다. 

"내가 두발검사에 걸려서 머리에 바리깡 고속도로가 생겼지."

나이가 어린 독자들은 ‘바리깡’이라고 하면 잘 모를 듯싶다. 그 옛날 이발소에 가면 양 옆머리나 뒷머리를 짧게 칠 때 사용하는 이발 기구인데 머리를 박박 깍을 때 사용하는 도구다.

1970년대, 1980년대 중고교 시절을 보낸 분들은 선생님 눈을 피해 머리를 기르다가 걸려서 바리깡으로 머리에 고속도로처럼 깍인 기억이 있을 것이다. 바리깡이란 말은 프랑스의 이발 기구 회사인 Barriquant et marrer(바리컹 에 마인)을 일본사람들이 바리깡으로 부르기 시작해서, 우리도 그렇게 바리깡이라 부르게 되었다. 

'형사 콜롬보 버버리' '여학교 앞의 바바리’

드라마에서 형사들이 버버리를 입을 때까지는 좋았다. 그런데 길거리에서 음란행위를 하는 일부 저질들이 버버리를 이용하면서 이미지가 많이 실추됐지만 그래도 버버리는 신사의 상징이다.

원래의 명칭은 ‘트렌치 코트’인데 영국의 토마스 버버리가 세운 ‘버버리’가 유명해서 모두들 ‘버버리’라고 부른다. 오히려 트렌치 코트라고 부르면 못 알아 듣는다. ‘버버리’의 일본식 발음이 ‘바바리’인데 옛날 분들은 ‘바바리 코트’라고 부르기도 한다. 참고로 길에서 노출행위를 하는 사람을 ‘버버리 맨’이라 부르지 않고 ‘바바리 맨’이라 부르는데 이유는 잘(?) 모르겠다.

 [사진= '형사 콜롬보' 포스터]
 [사진= '형사 콜롬보' 포스터]

"김치는 락앤락에 담아라."

옛날, 아니 불과 10여년전만 해도 학교에 도시락을 싸들고 다녔다. 밥과 반찬을 싸갔는데 김치는 국물이 흐르는 경우가 많아 국물이 새지 않는 병이나 밀폐 용기에 담아야 했다. (그래도 새는 경우가 많아 책에서는 늘 김치 냄새가 나곤 했다.)

요즘은 이 밀폐용기를 그냥 '락앤락'이라고들 부른다. 강력한 김치를 보호(?)하기 위한 반찬통 브랜드 네임이었는데 나중에는 회사 이름(2007년 사명을 락앤락으로 변경)이 되었다. 김치를 책으로 부터 잘 보호해 주었고 40년간 우리와 함께한 자랑스러운 한국회사였는데 홍콩계 사모펀드 어피더티에 매각되어 지금은 글로벌 회사가 되었다. 

※김길 / '전화기 디자이너'가 되려다 초콜릿바와 같은 거 외엔 할 디자인이 없다는 것을 알고 포기. 현재 인터넷기업, 교육기업 전략실 경험을 살려 사업컨설턴트로 활동 중.
※김길 / '전화기 디자이너'가 되려다 초콜릿바와 같은 거 외엔 할 디자인이 없다는 것을 알고 포기. 현재 인터넷기업, 교육기업 전략실 경험을 살려 사업컨설턴트로 활동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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