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본으로 간편하게 고수익률 낼 수 있어 MZ 사이에서 각광

MZ세대(밀레니얼+Z세대)의 사회적 반향이 뜨겁다. 비단 사회만이 아니다. '재미'와 '간편함'을 추구하는 그들이 경제 전반에 걸쳐 소비와 트렌드의 주축으로 자리잡고 있다. 비록 소득은 적지만 과감한 레버리지(대출)로 자산 축적에 몰두한다. '영끌(영혼을 끌어모음)' 전략으로 주식과 암호화폐, 부동산의 판을 바꾸기도 했다. 직장 내에서는 '할 말은 하는' 당찬 샐러리맨이지만 집단주의보다는 개인주의를 선호한다. '꼰대'로 대비되는 기성세대와 각을 세우는 것 같지만 때로는 '뉴트로'에 열광하며 과거와의 대화에 나서기도 한다. 그야말로 지금은 'MZ시대'다. <뉴스캔>은 2023년 기획시리즈를 통해 생활 곳곳에서 MZ세대의 역할과 기대, 미래를 점쳐본다. [편집자 주]

 [일러스트=뉴스캔 이하나 기자]
 [일러스트=뉴스캔 이하나 기자]

[뉴스캔=박진용 기자] # 서울 광진구에 거주 중인 23세 대학생 박모 씨는 국내외 의류판매 플랫폼을 매일같이 모니터링하며 한정판 의류 당첨에 시간을 쏟고 있다. 박 씨에 따르면 일례로 한정판 운동화의 경우 당첨되는 즉시 출시 정가의 두 배 이상 가격에 되팔 수 있다. 이른바 '리셀(Resell)' 재테크다. 박 씨는 "최초 매입가가 비싼 명품 브랜드 제품의 경우 최대 2~3배에 달하는 웃돈을 얹어 리셀이 가능하다"라며 "굳이 아르바이트를 하지 않고도 스마트폰 하나로 생활비 정도는 리셀로 마련할 수 있어 학업에 더욱 충실할 수 있어 좋다"고 했다. 

MZ(2030세대)가 소위 '뉴테크'의 흐름을 주도하고 있다. '자산 불리기'에 초점이 맞춰진 적금·주식·부동산 등 기존 재테크를 넘어, 청년 구매층 사이에서 인기가 많은 한정판 제품을 매입해 웃돈을 얹어 되파는 방식의 '리셀테크'가 최근 MZ의 주 수입원으로 급부상하면서다. 

14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리셀테크는 특히 학업으로 경제활동이 제한적인 대학생들 사이에서 성황이다. 이들은 금융자산을 단계적으로 불려나가는 투자 방식보다는 현물 거래를 통해 즉시 현금화가 가능한 직관적 투자 방식을 선호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업체에서 재판매율이 높은 제품을 매입한 뒤 스마트폰이나 태블릿PC 등을 활용해 정가보다 높은 가격을 책정해 리셀 마켓에 내놓기만 하면 된다.

통상 목돈이 있어야 기대값이 높은 저축·주식·부동산 투자와 달리 소액 자본으로도 높은 수익률을 볼 수 있고, 모바일 등 디지털기기 하나로 간편하게 재판매 작업이 이뤄진다는 점도 MZ가 리셀테크에 열광하는 이유다. 

MZ 리셀테크는 단순 의류뿐만 아니라 미술품, 대체불가토큰(NFT) 등에 이르기까지 광범위한 영역으로 몸집을 불려나가는 추세다. 특히 미술품의 경우 아티스트나 작품성에 따라 많게는 수십배에 이르는 가치 상승이 기대되는 품목이다 보니 리셀 시장에서 MZ의 주요 투자처로 자리매김한 상황이다.  

서울의 한 중소기업 재직 2년차인 직장인 최모(28세) 씨는 <뉴스캔>에 "사회 초년생이 수천만 원을 모으기 쉽지 않다. 주식이나 부동산 투자는 소액으로는 엄두도 못 낸다"라며 "리셀은 수십만 원에서 많아야 백만 원 단위에서 큰 수익을 낼 수 있어 시간 활용이나 수익성에서 만족도가 높다. 고수익 부업이라 할 만한 수준"이라고 말했다.

이에 국내외 리셀 시장도 빠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미국의 유명 리셀 의류플랫폼인 '스레드업'(thred-UP)은 최근 발간한 보고서를 통해 글로벌 리셀 시장이 2025년까지 75조 원 규모에 이를 것으로 추산했다. 이는 지난해 세계 리셀 시장 규모인 33조 원의 두 배를 상회하는 수준이다.

이베스트투자증권 리서치센터에 따르면 국내 리셀 시장의 경우 지난해 약 7000억 원 규모로, 올해 1조 원을 돌파한 데 이어 오는 2025년에는 약 2조8000억 원 규모로 급속 성장세를 보일 것으로 관측된다.  

특히 네이버 등 국내 대형 포털사들이 개인간 리셀 중개사업에 적극 나선 것도 MZ의 리셀테크 진입을 촉매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일반적으로 리셀은 온라인 플랫폼이 개인간 거래를 중개하고, 제품 검수와 배송 서비스를 제공해 그에 따른 중개수수료를 취하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한정판 거래 플랫폼인 네이버의 '크림'(KREAM)이 대표적이다. 크림에 따르면 운동화의 경우 매월 최소 100건 이상의 리셀이 진행되고 있으며, 리셀 수익률도 최대 500%에 이르는 것으로 전해졌다. 

최근 MZ 사이에서 0순위 재테크로 제품을 구매하고 웃돈을 얹어서 되파는 리셀테크가 성황이다. [사진=게티이미지 제공]
최근 MZ 사이에서 0순위 재테크로 제품을 구매하고 웃돈을 얹어서 되파는 리셀테크가 성황이다. [사진=게티이미지 제공]

다만 일각에선 이러한 한정판 리셀 시장이 활성화될수록 중고품이 '시세보다 낮은 가격'이라는 고유 장점이 사라질 것이란 지적도 나온다. 최근 MZ를 중심으로 일반 중고시장도 재활성화되고 있는 만큼, 이러한 추이가 국내 중고시장 전체의 시세 상승 흐름으로 이어질까 우려하는 시각이다. 

관련업계 일각에선 리셀테크가 청년층의 경제 사각지대를 메우고 있다는 순기능의 이면에는 가수요 무한 창출로 인한 시장 왜곡이라는 부작용도 있어 이를 경계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중고업계 한 관계자는 "MZ 리셀 돌풍이 일면서 중고시장의 시세가 폭증하는 기현상이 나타나고 있다"면서 "한정판 또는 명품 중심의 재판매가 이뤄졌던 초창기와 달리 최근에는 일반 중고 제품마저 유명 플랫폼을 통해 리셀이 이뤄지면서 한시적이지만 시세가 요동치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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