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러스트=배모니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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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캔=김진욱 기자] 러시아가 세계의 '빌런'을 자처하고 있다. 

우크라이나의 곡물 수출길을 보장하던 '흑해곡물협정'에 대해 러시아가 연장을 거부하면서 세계 식량수급에 '빨간 불'이 켜진 탓이다. 

흑해곡물협정은 흑해를 오가는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곡물 수출선의 안전을 보장하는 협정이다. 지금 껏 전쟁 중에도 곡물 수출이 원활할 수 있게 한 협정인 셈. 

하지만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와 처음 협정을 맺은 후 세 차례에 걸쳐 연장해오다 지난 5월 협정을 탈퇴할 수 있다는 의지를 내비쳤고, 최근 협정 연장을 거부하고 '종료'를 선언했다. 

우크라이나는 농산물 수출 세계 4위인 농업 국가다. 전 세계 밀 수출의 10%, 보리는 15~20%를 차지한다. 우크라이나가 '세계의 빵 바구니'로 불리는 이유다. 

지난해 2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발발한 직후 우크라이나의 곡물 수출이 차단됐고 당시 세계 곡물 가격은 치솟앗다. 우크라이나 곡물 의존도가 높은 중동이나 아프리카 국가들은 식량 위기에 내몰리기까지 했다.

UN과 튀르키예가 중재에 나서 흑해곡물협정이 맺어진 이후 세계 식량위기는 다소 해소됐지만 이번에 다시 러시아가 연장거부라는 '몽니'를 부리면서 세계 식량 위기설이 다시 거론되고 있다.  

실제 러시아가 협정 종료를 선언한 직후 세계 곡물 가격은 조금씩 또 오르고 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미국 시카고상품거래소(CBT)에서 밀 선물 가격은 부셸(곡물 중량 단위·27.2kg)당 6.81달러로 3.0% 올랐고, 옥수수 가격도 부셸당 5.21달러로 1.4%가 상승했다.

러시아의 곡물협정 연장거부는 우크라이나에 대한 보복 조치로 해석된다. 우크라이나가 크림대교를 공격해 러시아의 보급로를 차단했기 때문이다. 

국제사회는 러시아를 향해 "식량을 무기화하지 말라"고 일제히 경고한다. 하지만 러시아는 '빌런' 본색을 계속 드러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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