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범한 어느 식당, 벽면에 ‘추가반찬은 셀프’라는 문구가 대문짝만하게 걸려있었지만 미처 그를 보지 못한 한 남성이 반찬 추가를 위해 종업원을 부른다.“아줌마, 여기 반찬 좀 더 줘(요).”결과는 어떻게 될까? 십중팔구는 퇴짜를 맞았을 확률이 크다. 반찬 추가는 스스로 해야 한다는 규정 때문일 수도 있지만 보다 더 큰 이유는 그의 무신경한 화법이 종업원이던 여성의 심기를 해쳤을 가능성이 컸기 때문이다. 여기서 문제가 되는 단어가 바로 ‘아줌마’다. 나이든 중년 여성을 호칭하는 단어인 아줌마는 국립국어연구원의 친절한 설명에도 불구하고
[뉴스캔=김진욱 기자] 기후변화가 심상치 않다. 올 여름 전세계가 폭염으로 시름했고 북극과 남극은 전례없는 수준으로 녹아내렸다. 겨울 역시 기상이변이 발생할 수 있다는 경고의 메시지가 나오는 이유다. 이제는 '지구 온난화'를 걱정할 때가 아닌 '지구 열대화'에 인류가 머리를 싸매고 고민해야 할 시기다. 지난 8월 전 세계의 평균 기온은 자그마치 17.1도로 들끓었다. 북반구에서 여름이, 남반구에는 따뜻한 겨울이 보여졌다. 만약 북극의 빙하가 사라진다면 태양의 복사열을 반사시켜 돌려보내지 못하게 돼 지구온난화는 현재보다 4배 이상 빨
나는 시월을 좋아한다. 왜인지 모르지만 그냥 시월이 좋다. 아니다. 사실은 차고 넘치는 이유들로 인해 시월을 좋아한다. 일단 한자 표기 그대로인 ‘십월’이라는 투박한 발음 대신 유려하게 이어지는 시월이라는 말로 표현하는 것부터가 나를 매료시킨다.춥지도 덥지도 않은 그 배려 넘치는 공기도 좋고 어느 시인의 표현처럼 콕 찌르면 온통 쪽빛 물이 들 것 같은 하늘 역시 내가 시월을 좋아하는 이유다. 그러나 그중에서도 가장 큰 이유는 한 곡의 노래 탓이라고 해야 옳다.대충은 짐작하시리라 믿는다. ‘시월의 어느 멋진 날에’라는 노래 때문이다.
개인적으로 대화 중에 시답잖은 영어 단어를 섞어 쓰는 것을 꽤나 싫어한다. 맑고 고운 우리 말이 버젓이 있음에도 일부러 영어를 쓰는 그 심보를 이해할 수 없기 때문이다. 요즘엔 좀 덜하지만 한때 정치인이나 학자들 사이에서 ‘워딩’이라는 단어가 유행어처럼 번진 적이 있었다.그걸 볼 때마다 부아가 치밀었다. 말 내지는 표현법 정도로 해석되는 그 단어를 쓰면 있어 보이기라도 하는 것처럼 너나없이 그 단어를 차용한 것이었는데 그 덕에 일반인들조차 워딩이라는 단어를 대화 중에 수시로 사용했던 기억은 아직도 선명하다. 사실 그게 큰 잘못은 아
쫄면, 떡볶이, 마라탕, 스파게티. 그리고 탕후루.요 며칠 사이 내가 먹었던, 아니 먹어야만 했던 음식들이다. 크게 싫어하는 건 아니지만 그렇다고 해서 반드시 먹어야하는 음식들도 아니었다. 그럼에도 먹었다. 함께 일하는 젊은 친구들 때문이었다.최근 진행하는 일 때문에 젊은 친구들 몇몇과 함께 일을 해야 했고 점심과 저녁을 같이 먹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앞에서 언급한 메뉴들은 그 친구들이 먹고 싶다던 음식이었고.크게 내키지 않는 먹거리들이었지만 협업을 하다보면 일을 하는 것 못지않게 같이 앉아 밥을 먹는 것 역시 중요한 일이었기
[뉴스캔=김진욱 기자] 항저우 아시안게임의 열기가 식은 지 열흘이 되어간다. 스포츠를 비롯해 대형 국가 이벤트가 지나가면 성공적인 평가와 함께 아쉬운 평가도 늘 뒤를 잇는다. 이번 아시안게임에서 처음 정식 종목으로 채택된 e스포츠에 대한 여운도 그렇다. 한국 대표팀은 '전 종목 메달 달성'이라는 성공적인 결과를 이끌어내 찬사를 받았다. 그도 그럴 게 이번 대회에서 한국 대표팀은 FC온라인, 스트리트파이터5, 리그오브레전드, 배틀그라운드 모바일 종목에 출전해 FC온라인에서 곽준혁 선수가 동메달, 스트리트파이터5에서 김관우 선수가 금메
선뜻 대답을 못하는 그 이는 내 오랜 지인이다. 이혼 후 아들 하나를 키우며 부지런히 삶을 꾸려가는 그녀는 모든 일에 똑 부러지는 모습을 선보이던 당찬 사람이었지만 유독 그 질문에서만큼은 갈피를 못 잡고 허둥지둥거리는 모습을 보여줬다. 최저임금 이야기다.뷰티 산업 쪽에서 일하는, 정확히 말하면 '메이크업 아티스트'로 일하는 그녀는 일이 있을 때만 수입이 발생하는 자신의 직업상 약점을 보완하기 위해 몇 해 전부터 서울 모처에서 커피 전문점을 운영하고 있다.생계에 보탬을 주기 위해 시작한 사업이지만 대형 프랜차이즈 업체가 아니다 보니
달을 보았다. 추석이었다.새삼 내 삶이, 그리고 당신들의 삶이 참 팍팍하다는 느낌을 받은 건 그때였다. 지금껏 살아져온 수많은 밤, 그 어디에서도 우리의 머리 위에 머물러있던 그 달을 보지 못하고 살아올 만큼 우리네 삶이 비루하고 곤궁했음이 상기된 때문이었다. 그저 머리를 한번 치켜 올리는 것만으로도 마주할 수 있던 달을 왜 그리도 못 보고 살았을까.문득 어린 시절의 기억 하나가 떠올랐다. 왜인지는 모르겠지만 그 날 나는 가로등조차 없는 어두운 밤거리를 걸어야 했다. 무서웠다. 그래서 노래를 불렀을 테고. 찰나 같은 잠시였다.노래가
지금 여러분들은 이 글을 어디에서 보고 있는가? 아마도 열에 일곱은 전철, 버스 등을 타면서 보고 있을 것 같다.중국의 옛 서예가 구양수는 시문을 읽기 괜찮은 곳으로 삼상지학(三上之學)을 말했다. 이 삼상은 마상(馬上), 침상(枕上, 침실), 측상(厠上, 화장실)이다. 마상은 오늘날 기차, 전철, 버스를 타거나 자차 운전에 해당한다. 현대인은 거의 매일 마상에 한번 쯤 있는 셈이다. 장기간의 불면증과 변비가 심한 사람을 제외하고는 모두 침상(침실)과 측상(화장실)을 접한다. 동서양 남녀노소 관계없이 누구나 이 삼상을 접한다. 몇 가
전 세계적으로 대한민국의 위상이 높아지는 요즘, 한국을 찾는 외국인들이 부쩍 늘고 있다. K팝과 K드라마로 대표되는 K컬쳐의 매력에 푹 빠진 이들이 진정한 한국의 매력을 느끼기 위해 발걸음을 늘린 탓이다.그 과정에서 유튜브나 여타 인터넷 커뮤니티에 한국을 소개하는 컨텐츠들이 늘고 있다. 이를 통해 한국의 장점들이 소개되고 그를 본 외국인들이 또 다시 우리나라를 찾는 선순환이 이어지고 있는 현 상황은 우리로서는 어깨가 으쓱할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 요즘 흔히 이야기되어지는 ‘국뽕’의 전형적인 모습이다. 근데 곰곰이 들여다보면 의아한
최고의 기업에는 돈이든 인재든 언제나 ‘최고’나 ‘최대’의 수식어가 뒤따른다. 기업규모가 클수록 사업을 확장하거나 사업인프라를 갖추는 데에 투자를 아끼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사업인프라를 어떻게 구성할 것이며 신규사업을 적재적소에 어떻게 배치할 것인지 등은 경영자의 선택에 따라 얼마든지 바뀔 수 있다. 사업성공 여부에 따라 기업의 체질이 달라질 수도 있으며 이는 곧, 향후 기업성패의 열쇠가 되기도 한다. 홍콩을 대표하는 기업 중에 리앤펑(Li & Fung)이란 회사가 있다. 의류와 장난감, 액세서리 등의 소비재를 생산하고 수출하는
[뉴스캔=김진욱 기자] 지난 정부에서 부동산 가격 통계를 조작했다는 정황이 드러나 정국이 들끓고 있다. 감사원은 최근 '주요 국가통계 작성 및 활용 실태' 감사 중간결과를 발표하면서 문재인 정부 당시 청와대와 국토교통부가 한국부동산원을 압박해 집값 통계를 조작했다고 밝혔다.감사원에 따르면 당시 청와대는 부동산원에 1주일마다 나오는 '확정치'가 아닌 '주중치'와 '속보치'를 보고하라고 했고, 부동산원이 주중 조사가 법상 문제가 될 수 있다며 중단을 요청했지만 청와대와 국토부가 이를 끝내 묵살했다. 특히 집값 변동률 주중치가 전주보다
삶이란 길을 걷다보면 어김없이 만나게 되는 첫 경험의 순간들이 여럿 있다. 처음으로 말을 하고 기고 걷던 그 기적의 순간들이 그렇듯이 이런 첫 경험들은 대체로 긍정적인 의미로 다가서는 경우가 많다.대표적인 것이 바로 ‘내 운명의 지침을 돌려놓고 뒷걸음질 치며 사라진 날카로운 첫 키스’가 아닐까 싶다. 생각하니 또 설레네. 그처럼 첫 경험의 기억들은 대부분은 설레거나 즐거웠던 것으로 점철되기 십상이지만 모두가 다 그런 건 아니다. 개중 몇몇은 아주 불편하기도 했으니까. 뭐가 있을까.곰곰이 생각해보면 내 첫 경험 중 불편했던 기억들은
[뉴스캔=이동림 기자] ‘유리천장.’ 능력 및 자격과 관계없이 주로 여성의 고위직 진입을 가로막는 조직 내의 ‘보이지 않고 깨지지 않는’ 장벽을 일컫는다. 즉 기업의 임원 중 여성이 없다는 의미로 사용되는 표현이다. 흔히 대기업의 불공정함을 지적할 때 쓰인다.금융권도 예외는 아니다. 특히 카드사들은 성평등을 외치지만 여성이 리더로 성장하기에는 여전히 남성 위주의 보수적인 ‘집단’이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국내 주요 8개 카드사(신한·삼성·KB국민·현대·롯데·우리·하나·BC카드) 등 23개 금융사 임원 899명 중 여성은 84명(9%
“느그 서장 남천동 살제? 어! 내가 임마, 느그 서장이랑 임마! 어저께도 어! 같이 밥 묵고 어! 사우나도 같이 가고 어~”이 대사를 모르는 사람이 있을까? 2012년 개봉해 큰 인기를 모았던 영화 에서 주인공이던 최민식이 내뱉은 이 대사는 영화를 본 모든 이들이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으로 꼽을 만큼 전 국민적인 인기를 누렸다. 오죽하면 영화는 몰라도 이 대사만큼은 안다고 그럴까. 그만큼 강렬한 인상을 남겨준 장면이었다. 불과 1분 남짓의 짧은 대사가 선풍적인 인기를 끈 이유는 역시 최민식이란
스위스의 융프라우에 오르면 체르마트에서 컵라면을 무료로 준다. 그냥 무료는 아니고 사전에 쿠폰을 받아야 한다. 남극으로 가는 칠레의 항구 푼타아레나스에는 한국인이 운영하는 신라면 집이 있다. 20여년 전 카프카즈 산맥 북쪽 북오세티아 공화국의 모즈독이라는 생소한 도시를 여행했을 때, 그 도시의 작은 가게에 '팔도 도시락'이 진열되어 있었다.세상의 가장 극한지역, 그리고 우리가 알지 못하는 세계의 구석구석에서도 라면을 만날 수 있다. 여행 중에 라면을 만나면 2023년의 라면은 식품이라기 보다 먼 곳에서 즐기는 고향의 문화 같다. 필
뜬금없는 자랑질 같아 좀 그렇긴 하지만, 어린 시절의 나는 책이라면 사족을 못 쓰는 그런 아이였다. 눈앞에 보이는 책이라면 종류 여하를 막론하고 그 자리에서 읽어버려야 하는 성향의 소유자였던 것. 아이들이 읽는 동화는 물론이고 문학전집, 철학서에 이르기까지 나이에 걸맞지 않은 폭풍 독서열을 지닌 그런 아이였던 나다. 친구 집에 놀러가서도 가장 먼저 한 게 그 집의 책꽂이 앞에 서서 책들을 기웃거리는 일이였다면 이해가 가지 않을까. 덕택에 칭찬 꽤나 받는 아이였던 걸로 기억된다. 물론 반작용이 없지는 않았다. 누구누구는 저렇게 열심히
[뉴스캔=김진욱 기자] 한국에서 팁(tip·봉사료)을 요구하는 곳이 속속 등장하면서 때아닌 논란에 휩싸였다. 미국처럼 우리나라도 서비스 만족시 팁을 주는 것이 괜찮다는 의견과, 가격에 서비스 비용이 포함돼 따로 팁을 주는 것은 부당하는 의견이 대립하는 모양새다. 최근 택시 호출 플랫폼 카카오T는 이용객들이 '팁'을 줄 수 있는 기능을 시범 도입했다. 택시 서비스를 이용한 승객이 서비스 최고점인 '별점 5점'을 준 경우 팁 지불 창이 뜨는데 '1000원' '1500원' '2000원' 가운데 고를 수 있도록 했다.카카오T 측은 "팁 지
어제, 누군가의 부모이던 한 이가 자식들의 곁을 떠났다. 오늘, 누군가의 형제이던 한 사람이 형제들의 옆자리를 비우려 한다. 그리고 내일, 누군가의 자식이던 한 젊음이 부모들의 절규를 뒤로 한 채 이 세상을 떠날 것이다.그렇게 매일매일 누군가가 원치 않는 이별을 고하고 있다. 산업 현장에서 묵묵히 일을 하던 대한민국 노동자의 허망한 죽음은 그렇게 언론을 통해 우리에게 전해진다. 그 죽음에 대해 안타까워하는 건 인지상정이기도 하지만 그보다는 그로 인한 슬픔을 감당해야 하는 것이 다른 사람이 아닌 내 자신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세계
지금 사라진 버튼식 휴대폰들, 전화기들… 혹시 기억하는지 그 전화기에는 최소 12개의 버튼이 있었다. 1, 2, 3, 4, 5, 6, 7, 8, 9, 0, *, #. (지금 스마트폰에서 사용하고 있는 천지인 자판도 그 순서에서 왔다. 그 버튼의 정가운데는 5자 버튼이다.)혹 집에 그런 물건들이 남아 있다면 5자 버튼이나 그 주변을 만져보라. 작은 점 하나를 발견 할 수 있을 것이다. 그 점은 플라스틱 사출을 할 때 찌꺼기 같은 것으로 느껴지기도 한다.여기서 플라스틱 사출물 찌꺼기를 잘 모르겠다면 생수병 바닥을 만져보라. 공장에서 병